김일성북한주석의 사망소식은 7천만 겨레는 물론 전세계를 놀라게하는 충격적인 뉴스다. 특히 북한이 핵을 담보로 한 강경자세를 풀고 미국과 3단계회담을 시작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어서 충격과 파장은 엄청난 것이다. 김주석의 사망으로 내외의 관심은 앞으로 북한의 새 권력체제가 어떻게 이뤄질 것이며 또 북한은 어떻게 달라질것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권력투쟁 내지 반김부자활동으로 북한에서 돌발적이며 폭발적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와 자세로 어떤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만반의 경계 및 대비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김주석의 사망은 분단이래 50여년간 독재자로서 북한을 통치해 왔던 이른바 「김일성시대의 마감」을 의미한다. 한인물, 한시대의 지도자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시간을 두고 역사에 맡겨야 하겠지만 김주석은 민족에 대해 너무나 큰 과를 남긴 것으로 평가돼야 마땅하다.
소련의 후원으로 33세의 나이에 북한의 주인이 된 후 철저한 주민탄압과 수탈로 붉은 왕국을 건설했고 비판적이고 경쟁적인 반대세력, 즉 남로당계, 연안파, 소련파등을 가차없이 숙청, 제지하여 일인체제를 구축한 유례가 드문 독재자로 기록될 것이다.
그가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은 6·25남침을 자행하여 3백여만명의 동족을 살상케하고 국토를 초토화시킴으로써 남북대입과 적대의 골을 더욱 깊게 한 것이다.
김주석의 사망에 따라 당장 세계의 관심은 어떤 과정을 거쳐 누가 북한의 새로운 통치권자가 될것인가 하는 문제다. 물론 현재로서는 아들인 김정일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주석은 항일투쟁의 동지들까지 무자비하게 제거해 가며 20여년전부터 아들의 후계를 준비해왔고 80년 6차 당대회에서 정식 후계자로 결정한 후에는 점차적으로 내정에 대한 권한을 맡겨왔고 작년4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막강한 국방위원장자리를 물려주고 원수칭호를 부여하여 군권을 장악케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그동안 무모한 평양시 건설과 아버지에 대한 개인숭배를 위한 거대한 기념물 조성등으로 국가재정을 파탄케한데 대해 비난이 고조돼 오고 있고 또 군복무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원수에 오른데 대한 군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음은 주목할만하다. 또한 당장 집권할 수 있다해도 최악의 경제난으로 주민불만이 높고 국제적으로도 고입무원의 형편이어서 그의 집권이 장기화할 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이같은 주민과 군내부의 불만·반발을 감안하여 김정일은 당권만 쥐고 국가주석에 오진우 박성철 이종옥등 원노중에서 간판용으로 내세울 여지도 없지 않다. 또 김정일이 당분간 집권하다가 반김 연합세력의 쿠데타로 축출되고 이들이 과거 유고식의 집단지도체제식으로 통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북한은 김주석이 50여년동안 철저한 김일성주의―주체사상에 의해 다져온 「김일성제국」 「김부자주식회사」 「김부자의 대공장」인만큼 하층구조가 당장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살아있는 신」 「민족의 태양」 「절세의 영장」이 차지했던 자리와 영향력은 너무나 크고 막중했기 때문에 그가 퇴장한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안팎이 바뀌게 될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김주석의 사망에 즈음하여 지난날 철저한 공산독재국가였던 소련과 중공이 철권통치자였던 스탈린과 모택동이 죽은후 생전의 개인숭배운동을 배격, 비판하고 개혁과 개방의 길을 열었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김주석사후 권력투쟁내지 권력승계를 한 다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은 안팎의 압력과 시대적 대세에 눌려 개혁과 개방에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석의 돌연한 사망으로 25일로 예정됐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고 막 시작한 미국·북한간의 핵해결을 위한 3단계회담도 한동안 냉각기에 접어들것이 틀림없다. 이제 이처럼 예기치못한 엄청난 상황변화를 맞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우선 북한쪽 상황으로 크게 불안해 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를 보위하는 일은 곧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 경계하고 대북방위에 만전을 기하는 일이다. 정부가 전군에 즉각 비상경계영을 내리고 긴급국가안보회의를 열어 대책을 협의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앞으로, 아니 당장 내일 북한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런 예측을 할 수 없다. 순조롭게 17일 장례식을 끝내고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게 될지 군일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김정일일파의 축출을 기도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문제는 북한내부에 권역쟁탈의 유혈무역충돌이 빚어질 경우 이를 카무플라주하고 내부결속을 위해 김정일등이 대남무역도발을 강행할 여지도 있고 또 북의 대혼란으로 언젠가 주민들이 휴전선을 넘어 쏟아져 내려오는등 대탈출·대이탈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만큼 정부는 특히 미·일·중·러시아등 주변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북의 상황을 24시간 비상하게 관찰하고 엄중하게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김주석의 사망으로 어떤 의미든 북한이 변하게 될게 분명한만큼 김일성이 없는 김정일시대의 남북관계, 핵정책등에 관해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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