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주석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들으니 인간은 아무리 신처럼 떠받들어도 불로장생을 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86년의 「김일성피격사망」이란 세기의 오보가 머리를 스친다. 이해 11월15일 도쿄에는 아침부터 김일성주석의 암살설이 외교가와 매스컴을 중심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일본의 각 신문등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각 정보기관등에 전화공세를 가했다. 취재하면 할 수록 신빙성이 없는 일과성 소문임이 확실해졌다.이런 와중에 국내 한 신문이 도쿄에 떠돌고 있던 김일성주석의 사망소문을 그대로 받아 1면에 보도함으로써 사실처럼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방부마저 17일 「북괴측이 전방지역 대남확성기를 통해 김일성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방송을 해왔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국방부의 발표는 김일성주석의 사망을 사실처럼 믿게 해주었다. 국민들은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책임자의 한 사람이 죽었다는 기쁨에 술집을 찾아 술잔을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기쁨도 다음날 북한을 방문한 몽골국가주석 잠빈 바트문흐를 영접하기 위해 김일성주석이 평양공항에 나타남으로써 허탈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김일성주석의 사망소식은 평양방송이 공식 보도함에 따라 86년 오보소동때와는 국민들의 반응도 다른 것 같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편으로는 무작정의 기쁨보다 모두가 앞날을 걱정한다. 남북한 정상회담,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국과 북한회담 그리고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그만큼 상황이 그때와는 달라졌다는 증거다. 앞으로 김주석의 죽음이 한반도정세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점칠 수 없지만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길 바랄 뿐이다. 최소한 통치자의 죽음 정도는 오보가 없도록 서로 터놓고 사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