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충격 딛고 독립된 개인 거듭나/「독신녀… 」/남편 사별한후 사랑의 허상 깨달아/「블루」 여성의 홀로서기를 진지하게 그린 작품성 높은 비디오 영화 두 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폴 마줄스키감독의 78년작 「독신녀 에리카」(원제 AN UNMARRIED WOMAN)와 크쥐시도프 키예슬로브스키감독의 93년작 「블루」. 이 두 영화는 서로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주어진 운명에 대항하는 여성의 심리와 용기를 성공적으로 다루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다. 78년에서 93년까지 서구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변화를 파악할 수도 있다.
「실버 스트릭」의 질 클레이버그와 「죽은 자를 위한 기도」의 앨런 베이츠가 공연한 「독신녀…」는 어느날 갑자기 남편으로부터 이혼요구를 받은 여자가 충격을 이기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거듭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제대로 혼자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만이 결혼이란 공동의 삶도 영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아카데미 3개부문 후보등 해외영화제에서 크게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에는 소개가 되지 않았다.
이 영화로 제31회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질 클레이버그는 회오리같은 삶의 격정과 심리의 변화를 기막힌 표정연기로 소화해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국내 영화관에서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상영된 「블루」는 키예슬로브스키감독이 프랑스 국기의 의미에 착안해 만든 「블루(자유)―화이트(평등)―레드(박애)」로 이어지는 3부작 「세가지 색깔」의 첫번째 테마. 93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등을 휩쓴 작품이다.
유명 작곡가인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여자가 뒤늦게 남편의 부정을 알아 사랑의 허상을 느끼고 결국 혼자됨으로써 가질 수 있는 자유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구성이 탄탄하면서도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키예슬로브스키감독의 연출력이 짙은 코발트색이 흐르는 화면속에서 돋보인다.
이 시대 가장 친근한 연인으로 떠오른 줄리에트 비노쉬가 거의 단독출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모든 화면을 자신의 분위기로 칠해간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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