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서 성공한 한국기업/철저한 현지화경영 “텃세·견제 이겨냈다”/합판·제지·건설·신발·금융·조선 등 연매출 5억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하리오노노. 번잡한 이 거리를 지나노라면 「EAGLE(이글)」이라는 대형광고판을 머리에 인 16층짜리 초현대식 건물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코린도(KORINDO)그룹의 총본산인 에카라이프 빌딩이다. 이 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드물게 자력으로 성공한 한국의 현지투자기업이다. 인도네시아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화교의 텃세와 오래전부터 이나라 깊숙이 침투해 온 일본 기업들의 견제를 뚫고 입지전적 결실을 일궈낸 기업이 바로 코린도 그룹이다. 이런 연유로 동남아는 물론,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업체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코린도그룹의 성공은 철저한「기업의 현지화」로 이뤄졌다. 대다수 현지인 근로자에게 한국식 방식을 주입시키기 보다는 소수의 한국인 임직원을 철저히 인도네시아화 해왔다. 한국인 근무자중 현지거주 10년 이상이 태반이다. 2∼3년 단위로 순환근무하는 타업체와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에 해박한 것은 물론, 생활습관까지도 인도네시아식을 따르고 있다. 유무형으로 기업이윤을 현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물론이다.
코린도그룹은 주력품목인 합판 제지에서 건설에 이르기까지 12개분야에 걸쳐 신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고용인원 2만여명중 한국인은 2백74명에 불과하다. 연간 총 매출액은 5억달러이상으로 대부분 수출이다. 이중 신문용지만을 생산하는 제지회사는 인도네시아 최대 유력지인 콤파스를 비롯, 수아라 펌바루안, 자와 포스, 피키란 라키얏등 대부분 중앙일간지에 공급하고 있는데 물건이 달릴 정도이다. 연간 매출액만 8천5백만달러. 또 로컬상표인 이글운동화는 연간 6백여만 켤레를 생산, 매출액이 7천만달러에 이르며 언제나 내수시장 점유율 1∼2위를 달린다.
코린도그룹이 오늘과 같은 터전을 닦는데는 25년의 세월이 걸렸다. 당시 한국은 외환사정이 어려웠고 해외투자법규가 무척 까다로웠다. 그러나 코린도그룹은 일본의 거래선이었던 한 기업으로부터 협조를 받는 행운을 안았다. 일본의 거래선은 선LC를 열어줬으며 장비구입때 결정적 도움을 줘 원목생산이 가능했다.
이 시기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허가한 초기 단계였다. 숱한 난관 끝에 원목생산을 시작하는데 성공한 코린도그룹은 그후부터 합판, 조선(이상 79년) 제지(84년) 제화(85년) 금융 (91년) 운송·컨테이너 제조 및 야적장(92년) 건설(93년)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발해 왔다.
이글사 관리책임자인 정무웅전무는 코린도그룹의 성장에 대해『기업의 현지화를 위해 초창기부터 문화적, 정서적 차이의 극복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함께 최고 경영자가 현지상주, 주변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 강점이었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를 외국으로 여기지 않는 그룹 경영진의 진취적 사고가 코린도그룹의 성장을 있게 한 근간이라는 말로 들렸다.【자카르타=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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