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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창업안내서 「중소기업… 」나와

입력
199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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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를 관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거리 유지의 어려움에 맞서, 자신의 이미지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따지고 보면, 거리 유지의 어려움은 자기 자신을 관찰할 때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나 집단을 관찰할 때, 심지어 여성이나 남성이 자기 스스로를 관찰할 때에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우리가 김혜순씨의 「여자들」(시집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문학과 지성사간)과 신현림씨의 「바틀 우먼(병속의 여자)」(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세계사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여성이 자신의 이미지를 시화할 때 흔히 노출시키기 마련인 과도한 자기 연민의 감정이 이들 시에서는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기 연민의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의 거리 유지가 필수적이다. 이들 시에서 그와 같은 거리 유지를 가능케하는 것이 있다면, 전자의 경우 <치마폭에 한 남자를 감> 추는  <영화 속> 의 장면이며, 후자의 경우 르네 마그리트의 「바틀 우먼」이란 그림이다. 대상화된 여인의 이미지를 전경에 내세우고, 그 이미지에서 다시 자신의 이미지를 읽어가는 가운데, 시적 형상화를 위한 거리감이 확보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영화 속> 의  <여자들> 의 이미지와  <나> 의 이미지는 < 이 다음에 나 죽은 다음에/ 내 딸은 나를 어떻게 떠올릴까>라는 물음을 축으로 하여 겹쳐지고 있다.  <이마를 다 뜯어내고  아무도 몰래 다락방을 만든 엄마  밤이 무거워 잠이 안 와  자다 일어나 안경을 쓰고  없어요 없어요 난 안 감췄어요  잠꼬대하는 그런 엄마> 로서의  <나> 의 이미지와  <치마폭에 한 남자를 감> 추는  <여자들> 의 이미지가 겹쳐지고 있는 것이다. 겹쳐짐으로 인해  <나> 의 이미지는  <나> 이상의 의미를 담게 되고, 그리하여 보편성을 확보하게 된다. 한편  <없어요 없어요 난 안 감췄어요> 가 반복되는 가운데 생기는 긴장감이  <나>  또는  <여자> 의 이미지를 더욱더 생생하게 살리고 있음에도 유의하기 바란다.

 후자의 경우 시의 옆에 제시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시 사이에 겹쳐짐이 일어나고 있다. 말하자면, 시를 통해 제시된 <나>  또는  <여자> 의 이미지는 그림을 통해 제시된  <병 속의 여자> 와 겹쳐지면서 생생한 현장감과 객관적 거리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나도 내 몸에 꼭 맞는 유치장을 갖고 있다  붉은 병을  프로이트 식으로 남성의 상징이라 하지 마시길  제발 성욕도 잡숫지 마시길> 이란 표현은 그림으로 인해 호소력을 얻게 된다. 사실  <어떻게 내가 여자만인가  당신의 곧고 환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등잔이면 안되는가> 라는 시인의 외침은 그림으로 인해 힘을 얻고 있고, 이어서 그림은 시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즉, 시와 그림이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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