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엔 투입 5년 역사… 연결도로·해상 “4통 8달” 2천년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흥성기를 겨냥한 일본의 야심작 관서국제공항이 오는 9월4일 마침내 문을 연다.
21세기 아·태지역의 「거점공항」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관서공항은 1단계공사에만 4년11개월, 1조5천여억엔(한화 약12조원)의 막대한 공사비를 소요한 대역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길이 3천5백, 폭60의 활주로 1개를 완공하고 날개를 펼친 거조를 연상시키는 공항청사의 내부공사등 마무리손질이 한창이다.
관서공항은 대판만남동부 천주해상 5지점 평균 수심 18의 바다를 메워 조성한 인공섬에 둥지를 튼 해상공항이다. 또한 늘어나는 아시아의 항공수요에 대비, 일본에서는 최초로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매립에 소요된 토사만도 약1억8천만㎥. 1차로 조성된 인공섬은 5백11㏊규모다. 장차 2차공사를 벌여 활주로 2개를 증설하면 1천2백㏊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성이 의문시되는 이같은 대역사를 마다하지 않은 것은 어쨌든 21세기 아시아하늘의 거점을 가져야 한다는 일본의 야심과 강박관념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관서공항은 미래형공항의 앞선 모습을 여실히 보여 준다.
우선 「전자왕국」 일본의 면모에 맞게 완전자동화한 무인항공기 유도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활주로에 착륙한 항공기는 유도로에서 포트까지 「항공기위치지시시스템(VDGS)」이라는 장치에 따라 일체의 수신호없이 유도된다. 짙은 안개등 해상공항특유의 악조건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공항청사는 호화로운 초현대시설을 갖출 뿐만 아니라 스탠드바와 편의점까지 고루 들어있는 새로운 개념의 청사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1천6백길이의 공항청사는 무인전차 「윙셔틀」로 연결되고 AV실, 샤워실등이 청사안에 있어 그대로 휴식공간으로 이용가능하다.
한편으로 완벽한 4면 교통편도 관서공항의 자랑거리다. 국내 선환승은 청사 2층에서 간단히 북해도, 동북, 구주등지의 주요 22개 도시와 연결된다.
철도는 경도발 신대판 천왕사경유의 특급 「하루카」가 신간선과 연결돼 있으며 쾌속전철 「라피도」로 대판과 29분만에 연결된다.
도로는 신대판만을 따라 바다를 끼고 건설된 판신고속만안선이 대판부터 공항까지 40분에 연결한다. 또 관서공항 자동차도가 판화자동차도와 연결돼 있어 말 그대로 4통8달이다.
신호로부터 28분이면 공항에 닿는 고속선등 배편도 다양해 해상공항의 특징을 살리고 있다.
연간 3천70만명의 여객과 1백39만톤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관서공항의 개항은 일본의 항공산업 및 관련주변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관서지방의 경제 문화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수의 재일동포들이 관서지방에 거류하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그러나 관서공항의 개항을 앞두고 일본은 부푼 꿈보다는 쓰디쓴 현실에 부닥쳐 있다. 일본 국내경기침체의 영향도 있겠지만 우선 취항신청이 예상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베트남과 몽골 요르단 에티오피아 헝가리 폴란드 등 10개국이 관서공항 개항을 계기로 최초로 일본과 연결돼 일본의 항공망도를 바꿀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국제선 취항신청은 아시아나항공이 서울과 주10편, 부산·제주와 주 각2편을 신청한 것을 비롯해 25개국 주3백60편에 그치고 있다.
내년 4월에는 40여개국 주4백편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애초의 주6백30편 예상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춘 일본 최초의 공항이라는 자랑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심야 새벽운항을 신청한 여객·화물편이 한건도 없어 관서국제공항주식회사가 실색하고 있다.
취항을 기피하는 주요인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성전공항보다도 최소한 10%는 비싸게 책정된 착륙료와 공항시설이용료등이다. 현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진행중인 교섭에서 드러난 윤곽은 국제선 1톤당 착륙료는 2천6백40엔으로 이는 보잉747기의 경우 98만2천80엔에 이르는 금액이다. 또 항공회사의 공항청사본관 시설임대료는 1㎡당 월1만6천3백엔이나 되고 여객1인당 공항시설이용료도 2천6백40엔이나 된다.
이같은 비싼 요금을 징수하고도 관서공항이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무엇보다도 인공섬을 건설하는 대역사에 따른 공사비 부담이 적자의 요인이다. 연3%정도의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하루1억6천만엔의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관공은 당분간 적자의 늪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관공과 경쟁할 「거점공항」을 겨냥해 영종도에 해면매립공사로 국제공항을 건설중인 우리나라에도 타산지석이 될법하다.
어쨌든 21세기의 항공수요팽창을 겨냥한 관공이 거조의 날개를 확짝 펼칠수 있을지는 결국 일본국내경기와 아시아, 나아가 세계전체의 경제상황에 달려 있다. 일본은 대붕을 부화해 놓고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도쿄=황영식기자】
◎아주도 공항건설 붐/인공섬 「관서공항」 9월4일 개항/항공수요 급증세… 싱가포르·홍콩·태국 등 공사착수
오는 9월4일 일본 관서국제공항의 개항은 아시아지역의 「하늘의 주도권」을 둘러싼 각국의 「거점공항」건설경쟁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항공산업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지역은 꾸준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매년 특이하게 항공수요가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거대인구를 자랑하는 중국과 인도네시아등의 경제성장은 최소한 매년 10%이상의 여객·화물수송수요증대를 낳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각국은 지역항공수송의 중심역할을 담당할 공항건설을 서두르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일본의 항공전문가들은 관서공항의 개항을 앞두고 대공항건설경쟁의 최선두로 싱가포르를 꼽는다. 아시아와 태평양, 유럽을 잇는 거점공항건설전략에 따라 건설돼 계속 확장공사가 진행중인 싱가포르의 창기공항은 처리능력과 값싼 이용료로 호평을 받고있다.
길이 4천, 3천3백50의 활주로 2개를 갖춘 창기공항은 현재 세번째 활주로건설공사가 한창이며 통신위성을 이용한 첨단항공관제 시스템등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홍콩도 97년개항을 목표로 신국제공항을 건설중이다. 홍콩의 신공항은 현재의 6배규모로 건설될 전망이며 중국 남부의 심천 광주등의 관문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태국도 현재의 도무앙공항을 97년까지 확장하는 한편 2천년까지 4개의 활주로를 갖춘 신국제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도 97년까지 영종도에 신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공사를 서두르고 있으나 국내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일본의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이는 「거점공항」건설경쟁의 최종적인 승리는 국내의 국제공항수요가 우선적으로 받쳐주어야만 가능하다는 관점 때문이다. 인구와 관광자원이 제한된 싱가포르의 세계적인 공항시설보다는 태국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심천과 상해에 건설될 신국제공항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국지적인 동북아하늘의 주도권싸움에 뛰어든 한국도 유념해야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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