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끝내자” 공감… 방북단 규모 쉽게 타결/“남기자 왜 덜왔나… 북선 열기 대단한데…”/“개성에 최근 성균관대 설립… 인삼학부도” ○…판문점 북측 지역 회담장인 「통일각」에서 1일 열린 남북실무대표접촉은 지난달 28일 예비접촉에서 중요한 원칙에 합의를 보았기 때문인지 시종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속에 진행. 상오 접촉에 이어 하오 접촉을 시작할 때까지도 밝은 표정이던 양측 대표들은 그러나 이날 완전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하오 3시께 회의를 끝내고 헤어질 때는 다소 서먹한 표정을 짓기도. 우리측 윤여준대표는 『북측이 선발대 파견문제등에 이해가 조금 부족한것 같다』고 말했고 북측 백남준대표는 『모든 것이 잘 풀려 나갈 것』이라고 말해 2일 2차 대표접촉에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것임을 시사.
○…이날 실무접촉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안병수조평통부위원장이 아니라 백정무원책임참사가 북측대표로 나와 다소 의외라는 반응. 백대표는 우리측 윤대표에게 『통일각은 처음이시죠』라며 『85년도에 착공했는데 석달만에 완공했다』고 회담장을 소개. 이에 윤대표도 『역사적인 장소가 되도록 해야죠』라고 화답.
윤대표는 이어 김용순북측 예비접촉단장과 안대표의 안부를 물으면서 『김단장은 언변도 좋고 풍채도 좋으신 게 정치인 같다』고 칭찬.
○…북측기자들은 남측취재기자들이 20명에 미치지 못한데 대해 『오늘은 왜 이렇게 적은 수가 나왔냐』며 궁금하다는 표정.
북측 기자들은 지난달 28일 「평화의 집」에서 있었던 예비접촉에서는 남측에서 80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이 몰려들어 취재에 열을 올렸던 것과 비교, 『오늘 회의도 상당히 중요한데 남측 기자가 너무 적게 온 것 같다』며 『비가 와서 그러느냐』고 질문.
○…양측대표는 지난 번 예비접촉에서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킨데 대해 덕담을 교환하면서 사명감을 피력. 북측 백대표는 『북남최고위급회담으로 세상이 들썩하는 것 같다. 북녘에선 분단 50년을 한 해 앞두고 통일의 역사를 창조하는 것 같다며 흥분하고 있다』고 소개. 우리측 윤대표는 『분단 반세기만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다는 시간적 공간적인 의미를 넘어서 민족사적 의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너무 기대가 커서 과연 회담이 이루어지는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고 호응.
두 대표는 이어 지난 번 예비접촉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은 두 정상의 정치적 결단 때문에 가능했다는데 의견을 일치. 백대표가 『김영삼대통령이 용단을 내렸습니다』고 말하자 윤대표는 『지금까지 회담 관례로 볼 때 김대통령이 첫 회담장소로 평양을 받아들인 것은 보통의 용기와 결단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었다』고 언급.
○…북측 백대표는 『장마가 지면 직업과 계층별로 반응이 다른데 농민은 관개가 잘돼 괜찮지만 청소년들은 별반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북쪽 청소년들은 1년에 15일씩 국가 부담으로 야영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를 무척 기다리는데 비가 오면 좋지않기 때문』이라고 설명. 윤대표는 이에 대해 『옛날에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는데 날씨가 좋아도 고민이고 날씨가 나빠도 고민이었다는 말이 있다』고 맞장구.
백대표는 인사말을 교환한 뒤 『우리 오늘 끝내도록 합시다. 비가 와도 방안에 앉아 있으니 문제가 없겠지요』라며 회담 시작을 제의. 윤대표는 『저희측 북한문제 전문가들로부터 백선생이 참가한 회담은 다 잘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난 번 회담도 약간의 진통은 있었지만 잘되지 않았습니까』라고 화답. 이에 백대표는 큰 소리로 기분좋게 웃으며 『사실입니다. 우리 오늘 속보로 나가 봅시다』라고 말한 뒤 회담에 진입.
○…북측 기자들은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데 대해 남측 기자들에게 『남조선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냐』고 집중 질문. 이들은 『전해 듣기로는 남조선 주민뿐 아니라 미국 일본등 외국의 반응도 대단히 좋다는데 사실이냐』고 우리국민과 서방의 움직임에 관심.
한 기자는 특히 『28일 접촉 이후 이산가족들의 전화와 편지가 신문사에 쇄도할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없느냐』고 묻기도.
○…이날 하오 접촉은 저녁 늦게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회담시작 1시간만에 종료. 양측대표들은 서로 농담까지 주고받는 등 밝은 분위기속에서 회의를 속개.
우리측 윤대표가 먼저 북측 수행원으로 나온 최승철 조평통서기국부장을 가리키며 『최선생은 쌍꺼풀도 지고 얼굴이 미남인데 우리처럼 못생긴 사람들은 원래 미남옆에는 잘 안가는 법』이라고 칭찬하자 좌중은 웃음바다. 이에 북측 백대표가 『원래 남남북녀라고 했는데…』라고 응답하자 윤대표가 다시 『70년대초 서울에 온 북측회담대표중 이청일씨라는 여성대표가 당시 신문기자였던 나에게 「조선여자는 남북 가릴 것 없이 다 이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하는 등 서로 덕담이 오가는 분위기.
○…이날 접촉에서는 개성에도 종합대학인 성균관대학이 있음이 북측대표의 입을 통해 밝혀져 화제. 하오2시부터 속개된 접촉에서 구본태통일원통일정책실장이 『개성이 한창 개발중이라는 데요…』라고 운을 떼자 북측 백대표는 『금년초 왕건릉 확장공사가 완료됐고 종합대학인 성균관대학도 최근(92년) 설립됐다』고 설명. 백대표는 『성균관대학은 주로 경공업중심의 대학으로 개성이 인삼으로 유명한 만큼 「인삼학부」도 개설돼 있다』고 소개.
○…당초 관심을 모았던 대표단 규모문제는 이날 상오 접촉에서 이미 확정됐다는 후문. 회의 벽두에 우리측 윤대표가 『취재기자단 수를 좀 늘려야 될 것같다』면서 북측의사를 타진하자 백대표는 『기자 수는 그냥 80명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 기자단외의 대표단 1백명등 전체 일행수가 모두 1백80명으로 결정.【판문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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