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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숭늉에 독을 넣나/조성호 전국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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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숭늉에 독을 넣나/조성호 전국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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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 장대비가 쏟아지면 강물을 식수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자꾸 불안해진다. 수상한 오염물질이 갑자기 늘어나 식수원을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국의 강·하천 곳곳에서는 비가 많이 올 때면 유독성 폐기물이나 폐수를 몰래 쏟아내버리는 악성투기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 적발되는 경우는 소수이고 대부분 출처를 몰라 묻혀버리고 만다. 이들 얼굴없는 「공해 불감증 환자들」은 식수원인 강물을 폐기물처리장쯤으로 여기고 심야의 투기행위를 감행하곤 한다. 밥상의 물사발에 유독물을 뿌리는 소행과 다를 바가 없다.

 이번 장마비에  우려하던 일이 또 크게 터졌다. 대구 성서공단내 하천에서 발암성 유독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이 대량 함유된 폐유 50여ℓ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 일부 취수장의 취수가 중단되고 낙동강하류지역에 지난 연초에 이어 또다시 오염의 공포가 닥치게 된 것이다. 폐유발견지점에서 문제의 디클로로메탄이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의 5천배, 낙동강합류지점에서 40배나 검출됐다는 환경처의 발표도 그렇고 현장에 달려간 환경처장관의 황급한 행보만 보아도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이들 오염물의 투기자들은 유독성 특정폐기물이나 폐액처리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줄인 강과 그 수계 일대에 독물을 버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번 장마를 틈타 하천에 독성물질을 쏟아붓는 행위가 낙동강 뿐이겠는가. 낙동강에 오염비상이 걸린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강 하천을 골병들게 하는 독성물의 은밀한 투기행위가 벌어지고 있음을 부인못한다.

 이 엄청난 오염의 불감증은 문제의 업체나 공장등 오염물의 투기자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 일반시민들 속에도 유사한 증세가 깊이 잠재해 있음을 본다.

 대구의 발암성물질 폐유투기행위는 지난 30일 상오7시35분께 대구지방환경관리청직원이 발견해 이날 상오7시40분∼8시8분사이 대구시 경북도등에 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대구환경청과 대구시는 지역주민들이 이를 빨리 알 수 있도록 전파시켜야 하는데도 이날 상황을 현지기자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아 심각한 오염의 진상을 사실상 은폐한 꼴이 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보다 1∼2일전에도 달성취수장등 낙동강수계에서 기준치를 최고 20배넘는 디클로로메탄이 검출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않아 오염은폐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무지한 탓인지, 페놀사태 때처럼 시끄러워질까 봐 시간을 끌며 덮어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여하튼 그것은 공해불감증이거나 요즘의 복지불동이란 사회병리의 한 단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오염의 불감증은 정말 심각하다. 한편에서는 환경단체·시민모임의 환경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몰래 독성폐기물·폐수를 강물에 들어붓고 쓰레기를 투기하고 대기를 오염시키는 행위를 위협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쓰레기종량제를 시범실시하자 해당지역에서는 돈 안들일려고 대형쓰레기를 몰래 내다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환경오염의 불감증이 아직도 뿌리깊다는 것을 절감케 한다.

 우리가 마시는 물을 보전하고 오염을 막고 정화하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식수로 정수된 강물은 또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식수원의 강물은 이제 「자유재」라기보다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경제재」의 개념으로 인식돼야 한다. 물에 대한 가해행위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폭력이다. 물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감시와 운동만으로는 안된다. 감시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오염행위를 중벌토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해의 불감증에서 깨어나고 병든 의식을 하루빨리 개화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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