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 일본사회당 위원장의 총리선출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뜻밖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체제가 붕괴됐다고 하더라도 보수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그것도 38년간 모든 정책에서 대립해온 자민당과의 보혁연합에 의해 사회당 좌파출신이 총리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거의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는 세상의 변화를 실감케 해줌은 물론 일본정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앞으로 한일관계와 함께 일본정계의 추이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47년만의 사회당출신 총리선출」이란 이번 깜짝 쇼를 보면서 아쉬움과 기대 및 우려가 뒤얽힌다.
먼저 일본정치의 수준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정당 정파는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모여 정권을 쟁취하여 그 뜻을 펴는데 목적이 있다. 아무리 11개월만에 세번째 내각이 들어서는 과도기라 하더라도 이번처럼 정책보다는 정권을 위한 숫자놀이, 즉 합종련형은 국민을 무시한 야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안으로는 경기회복, 엔고, 정치개혁 마무리등의 문제를 안고 있고 밖으로는 북한 핵문제, 7월8일부터 시작되는 나폴리 선진국정상회담(G7)등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때 연합정당간의 불협화음은 일본만이 아니라 동북아안정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총리선출과정에서 노출됐다. 사회당과 자민당의 일부 세력이 정책이 다른 두 정당의 연합에 반발한 것은 이를 말해주는 것으로, 일본정계는 이를 계기로 정책중심으로 개편돼야 할 것이다.
무라야마정권은 이를 위해서라도 호소카와(세천) 정권 때부터 추진해온 정치개혁을 매듭지어야 한다. 이것만이 야합정권이란 비난을 면할 수 있는 길이다.
신생당 대표간사 오자와(소택)의 독단적인 정치행태에 대한 반감 외에는 이념·정책 어느 것 하나 같을 것이 없는 자민·사회당 연립정권의 탄생으로 정치개혁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나 하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자민당과 사회당이 현재의 중선거구제 대신 소선거구 비례대표제를 택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북한 핵문제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당 출신의 총리가 이끄는 새 정권의 한반도정책을 경계심을 안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사회당은 친한·친미적인 자민당과는 달리 친북한정책을 펴고 미일안보체제까지 부인하는 노선을 견지해온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무라야마총리의 말처럼 이번 내각이 선거관리내각이 될지라도 사회당이 핵문제로 인한 북한제재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새 정권의 행보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새 정권이 북핵등 한반도문제에 대해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대국적인 태도를 취하고 일본정계가 안정되도록 하루빨리 정치개혁과 개편을 마무리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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