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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개처형(장명수칼럼: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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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개처형(장명수칼럼:1692)

입력
199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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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을 어떻게 이해할것인가라는 문제는 어려운 과제다. 워낙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고, 격변하는 역사의 전환기에 있는 만큼, 코끼리의 다리를 먼저 만졌는지 코를 만졌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받게 된다. 중국의 일류호텔들은 24시간 비즈니스 센터의 문을 열고 서비스하면서 세계와 호흡을 함께 하고 있다. 컴퓨터, 팩시밀리, 전화가 밤새도록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시장을 향해 촉각을 세우고 있는 특정 분야의 사람들은 반짝반짝하고 빠릿빠릿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전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일행이 여러도시에서 움직이는 동안 웃지 못할 작은 사고들이 있었다. 안내자들은 우리가 여러 자동차로 움직이게 될 때 정확한 행선지를 운전기사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앞차를 따라오라』는 식으로 가다가 혼란을 겪곤 했다. 천진에서 북경까지 두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앞차를 따라오라』고 하여 행방불명 차량이 생기더니, 북경의 복잡한 시내에서도 다시 똑같은 실수를 거듭했다. 앞차를 따라오라니, 이미 복잡해진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참으로 단순한 발상이었다.

 중국의 활기찬 시장과 자유로운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이 나라는 일당 장기집권의 나라지 공산국가는 아니다』라고 감탄하던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나이트 클럽과 가라오케에서 즐기는 중국인들을 보고 중국의 개방을 단정하는것은 너무 이르다. 우리는 서안에서 충격적인 구경을 했다.

 우리가 탄 버스가 강가를 지날 때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양팔을 잡힌 두 남자가 끌려가는것이 보였다. 몸이 큰 두 남자는 어딘지 얼이 빠진듯 했고, 사람들은 웅성거리면서 그들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경찰인지 군인인지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질서를 잡고 있었다. 가이드는 두 남자가 사형수들이며, 곧 총살형이 집행될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사면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93년 32개국에서 2천여건의 사형집행이 있었는데, 그중 70%인 1천4백여건이 중국에서 집행됐다. 그 보고서는 중국에서 사형언도가 남용되고 있고, 재판절차는 국제수준에 미달이며, 전기고문등 가혹행위가 많고, 공개처형 하기 전에 사형수들을 거리로 끌고다니는 일까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6월26일자 중국 법률신문은 최근 전국에서 마약사범 56명을 포함한 1백여명의 사형수가 처형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도 공포를 통치수단으로 쓰고 있다. 월남전의 와중에서 우리를 몸서리치게 했던 한장의 사진, 사이공 거리에서 경찰이 베트콩의 머리에 총을 쏘던 장면이 떠올랐다. 코끼리의 몸을 더듬는 중국여행에서 목격한 공개처형은 중국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는 섬뜩한 경험이었다. <중국 서안에서·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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