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사상 가장 길었던 마라톤 회담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합의가 분단 49년동안 한번도 이루지 못했던 것이라는 점에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짧은 회담시간이었다. 그래서 타결소식이 전해진 순간 모두 의아해 하기만 했다. 『대단히 긴 하루였습니다』(이홍구수석대표)
『늦기는 했지만 합의해서 다행입니다』(김용순단장)
28일 하오8시35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의실.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키 위해 회담테이블에 다시 마주앉은 양측 대표들은 모두 회담시간을 화제로 말문을 열었다. 간략한 식순을 마친 뒤 덤덤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을 뿐 아무도 이 합의에 의미를 부여하는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남북한·외신등 90여명의 기자들도, 수행원과 남북회담사무국 연락사무소 직원들에게서도 감흥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직 믿기지가 않아서일까.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부담스러워서일까.
통일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평화가 제도화 돼야한다는등 정상회담의 엄청난 과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서울과 불과 1시간여 거리인 회담장의 가라앉은 분위기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아무리 양측 최고당국자들끼리의 만남이라 하더라도 한번 대좌로 이같은 성과를 얻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 것이라는게 많은 회담관계자들의 심정이었다. 지나친 기대가 얻을 수 있는 작은 성과조차도 자칫 놓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회담타결소식을 공표하던 하오 6시께 판문점에서도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헌장, 새로운 합의문서를 만들어 내기 보다는 그저 만나 오랫동안 불필요하게 쌓아온 불신이나 씻어라, 너희들은 여태 그것조차 못해오지 않았느냐고 하늘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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