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사회단체까지 포함” 고집/88·90·92년 까다로운 조건내세워 무산/이번엔 일단 「무조건」/성사 가능성 높아져 북한 김일성주석은 카터전미대통령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제의 이전에도 몇차례 정상회담을 제의했었다. 과거 그가 언급했던 남북정상회담이란 정상들만이 만나는 형식이 아니라 각 정당·사회단체·국내외 인사들까지 함께 참가하는 이른바「정치협상회의」나 「남북연석회의」등으로 일관돼 왔다. 전문가들은 김주석이 이번에 정말로 「조건없는 만남」을 성사시키려는 의도라면 이는 지난50년 가까이 유지해온 남한 체제불인정 정책을 버린 것이나 다름 없고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민족통일연구원의 서재진북한연구실장은 『그동안 북한은 「조선은 하나다」라며 남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줄곳 견지해 왔었다』며 『앞으로 추이를 두고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대로 김일성이 이번 정상회담을 아무런 조건없이 희망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획기적인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김주석이 남북정상회담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 주목을 끈것은 88년9월8일 북한정권 수립 40주년 보고대회 때였다. 김주석은 이 대회 연설에서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불가침선언을 채택하고 북과 남은 두 제도를 그대로 두는 조건에서 통일국가의 연방정부를 세우거나 그 실현을 위한 평화통일위원회 같은 것을 창설하는 문제가 협의·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의 논리 그대로인 셈이다.
김주석은 또 『이 문제들을 해결해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진정한 의사를 가지고 우리를 만나러 평양에 찾아오는데 대해서는 환영할 것』이라며 『문제는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실현되어 진정한 성과를 거둘수 있도록 조건을 성숙시키는데 있으며 그러기 위해 남조선 당국자들이 외세의존에서 벗어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전민족적 운동에 합류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90년1월1일 김주석은 남북한 최고위당국 및 정당수뇌 협상회의를 제안했었고 이어 같은해 10월18일 당시 평양의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에 참가한 우리측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또다시 정상회담 얘기를 끄집어냈었다.
김주석은 이 자리에서 『총리회담이 잘 성사되면 내가 바라던 바대로 노태우대통령도 만나고 정상회담도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생각한다』면서 『여러분들이 노력해서 정상회담이 빨리 열리도록 기여해 줄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주석은 그러나 『총리회담에서 취급하는 일이 앞으로 정상회담에서 취급할 문제』라고 덧붙여 또다시 전제조건을 못박았다.
남북기본합의서 채택후인 92년3월31일 김주석은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기자회견에서 역시 『남북정상회담은 언제나 가능할 것이나 남북기본합의서가 이행되면 회담전망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었다. 남북 양측 정상이 일단은 아무런 조건없이 만나자고 한 이상 이번 정상회담은 그 어느때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며 따라서 28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첫 예비접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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