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출퇴근길 역마다 “전쟁”/성난시민들 항의·환불소동/기관사 폭행·전동차 유리 깨기도 24일 상오4시 파업돌입을 앞두고 서울지하철 노사양측은 23일 마지막 협상에 혼신의 노력을 쏟았으나 밤 10시20분 공식협상은 결렬됐다.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원들은 공권력 투입을 피해 군자차량기지를 빠져나가 명동성당 성문밖교회 민주당사 고려대 건국대등에서 철야했다. 그러나 비공식협상의 채널을 열어두고 헤어진 양측은 24일 새벽 비공식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공사측은 하오 8시40분부터 시작된 이날의 4차 교섭에서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인 ▲안전봉사수당 월 5만원 기본급화 ▲급식보조비 월 7만5천원 통상임금화를 전면수용할 의사를 밝혔으나 노조측이 최대쟁점인 기본급 7만원인상(14.5%)을 끝까지 고수, 협상이 결렸됐다.
공사측은 『다른 요구사항은 모두 수용할 수 있어도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인 기본급 3%인상(3만3천4백80원)안은 깨뜨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다시 협상할 필요가 있으면 서로 연락을 하기로 한채 양측 모두 협상장소를 떠났다.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의 철도파업과 서울지하철 지연운행이 시작된 23일 전국의 기간교통망이 사실상 마비돼 극심한 교통공황현상이 일어났다.
23일 출근길에 파업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우왕좌왕했다. 회사원 박현아씨(28·여)는 『정부가 인내를 갖고 대화해결노력을 하지않고 서둘러 공권력을 투입,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노사양측과 정부는 이제라도 빨리 원상회복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상오8시40분께 서울 신도림역에서는 인천발 의정부행 K20전동차가 역구내로 들어오자 지연운행에 흥분한 승객 3백여명이 전동차운전실에 몰려가 기관사 멱살을 잡고 거칠게 항의, 차장 정정인씨(30)가 달아나는 바람에 30여분간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상오9시10분께 전동차의 연쇄 연발착으로 구로역전방 5백에 전동차가 멈춰서자 승객 1천5백여명이 파업에 의한 고의정차로 오인, 돌을 던져 전동차앞 창유리가 깨지고 기관사 서문규씨(47)가 대피했다.
서울역 청량리역 용산역등에서는 열차표를 예매한 승객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역엔 열차운행여부를 묻는 시민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승차권을 환불하려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청량리역에서만 이날 하루 예매승차권을 환불해간 승객이 2천여명을 넘었다.
23일 퇴근길에는 철도·지하철승객이 국도로 몰려 수도권일원에서 귀가전쟁이 벌어졌다. 하루 50여만명이 이용하는 신도림역의 경우 하오6시께부터 퇴근시민들로 붐볐으나 지하철과 전철이용을 포기한 시민들이 많아 평소보다 오히려 한산했다.【정덕상·권혁범·김동국기자】◎서울지하철노사 밤샘 협상/양측 입장불변… 진통만 거듭
서울지하철 노사양측은 23일 하오2시30분부터 서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에서 막바지협상을 계속했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고수, 협상이 여러차례 정회되는등 진통을 거듭했으나 사실상 결렬돼 극적인 타결이 없는 한 시민들의 엄청난 불편이 불가피해졌다.
○…김연환노조위원장과 한진희공사사장등 22명의 교섭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된 첫협상은 30분만에 정회됐다. 그 뒤 노사양측은 각 4인씩으로 실무소위를 구성, 이견좁히기 절충을 시도했다. 협상에 참여한 공사측 한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막판에 타결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버릴수 없지만 서로의 요구가 지나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노조는 하오7시께 조합원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자기지 「3·16민주광장」에서 비상총회를 열었다. 이날 비상총회에서 마지막으로 연단에 선 한 지부장은 『이탈조합원과 비조합원의 명단을 작성, 추후 조치하자』고 외치며 조합원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9시께 총회를 마친 노조원들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 해산해 지부별로 명동성당 건국대등으로 재집결했다.
○…하오10시20분께 노사 협상대표들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군자기지를 빠져나가 헤어짐에 따라 기지에는 인적이 끊기고 사실상 파업은 초읽기에 몰렸다.
양측은 그러나 헤어지면서 『상대방의 무선호출기 번호를 알고있기 때문에 막후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말해 막판 타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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