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도 60여점·불상 7점 등 전시/내 12일∼8월10일 동아갤러리서/4백92개 막고굴 “거대한 보고”/가득한 벽서·불상 마치 소우주” 한국일보사는 창간 4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동아그룹과 함께 고대 불교미술이 살아 숨쉬고 있는 「중국 돈황 대벽화전」을 개최합니다. 4백92개의 굴이 벽화와 불상으로 가득 채워진 돈황 막고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교미술의 거대한 보고입니다. 7월12일부터 8월10일까지 동아갤러리(778―4872)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돈황화가들이 정성을 기울여 제작한 벽화모사도 60여점과 불상 7점 등이 출품되어 불교벽화미술의 깊고 신비로운 정서를 감동적으로 전해줄 것입니다. 돈황미술의 현장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관련화보 15면
돈황은 동서문명을 연결하던 고난의 길 실크 로드가 천산북로와 남로로 갈라지는 곳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이다. 동서로는 고비사막과 타클라 마칸사막이 인간의 발길을 막고, 남북으로는 곤륜산맥과 천산산맥이 낙타의 접근마저 허용치 않는 가혹한 땅 한가운데 보석처럼 박힌 녹색지대가 돈황이다.
진시황과 양귀비가 잠들어 있는 고도 서안을 떠나 2시간쯤 지나면 중국인과 한국인·미국인·일본인 관광객이 섞여 탄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비행기가 구름 밑으로 내려오면 아래로 막막한 사막이 10여분간 펼쳐지다가 홀연히 동서 50㎞, 남북 35㎞ 정도의 오아시스 돈황이 나타난다.
질펀하게 누운 황색 사막과 은사시나무가 반짝이는 초록의 대지가 대비되어 눈부시게 아름답다. 16만명이 살고 있는 돈황을 적셔주는 것은 연40㎜ 정도의 강우량과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다.
막고굴은 돈황에서 29 떨어진 또하나의 작은 오아시스에 있는 절벽에 숭숭 뚫린 굴들이었다. 4세기 중엽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막고굴은 10개 왕조를 거치는 동안 한 때 1천개가 넘었으나 전란과 풍화에 의해 반 이상이 묻혀 버렸고 지금은 4백92개가 남아 있다. 이 굴들은 모래바람에 의한 마모를 막기 위해 61년부터 63년 사이에 외벽단장공사를 해서 외관이 말끔하다.
지용웬(기영원) 돈황화원장과 류두오룽(유타용·여)안내원을 따라 손전등을 하나씩 들고 대표적인 석굴관람에 나선다. 당·송·서하시대에 걸쳐 조성된 328굴. 여섯 불상을 중심으로 적색·녹색·갈색이 현란하게 어우러진 불화 속의 부처·미륵들이 시간을 뛰어넘어 엄숙하게 혹은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잔뜩 모래먼지를 뒤집어쓴 불상들은 자비로운 표정으로, 또는 중생을 염려하는 깊은 표정으로 1천년을 정좌해 있다. 나무로 골격을 삼고 그위에 짚과 진흙을 이겨 살을 이루고, 다시 색이 칠해진 불상들은 정교하면서도 순박미에 가득차 있다. 천장에는 연꽃과 사방연속무늬가 빈틈없이 그려져 석굴 안은 마치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한 하나의 소우주 같다.
산·호랑이·사슴등이 활기차게 그려져 수렵도 같은 풍경을 이루고 10여명의 악사들이 비파를 연주하고 군무를 춤으로써 천상과 지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257굴, 많은 인물들이 세부까지 충실하고 풍요롭게 묘사되어 미술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220굴, 누드 비천상이 날렵하게 그려진 현대적 감각의 428굴, 높이 34가 넘는 막고굴 최대의 불상이 있는 96굴…. 각 석굴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스타일을 달리한 채 현세와 내세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벽화로 전하고 있다.
막고굴 북쪽의 작은 장경동 17굴은 1907년 신라고승 혜초의 서역기행기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됐던 우리에게 의미 깊은 공간이기도 하다.
지용웬화원장은 『돈황은 중국의 미술학교 학생들이 3학년 때 반드시 다녀가야 하는 학습현장이다. 또한 전세계에서 연간 40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아 오는 불교벽화미술의 거대한 화랑』이라고 소개했다.【돈황=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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