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제의없이 신속회신 “주목”/「포괄회담」방식 수용은 불투명 북한이 22일 부총리급 예비접촉을 갖자는 우리측 제의를 수락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를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이날 북한 강성산국무총리 명의로 전달된 전화통지문은 새로운 수정제의 내용이 없고 간략한 동의의사 표시만이 담겨 있다.
북한측은 『귀측이 이번에 우리와 최고위급회담을 하려는 입장을 표시한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위임에 의해 북남최고위급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갖자는 귀측의 제의를 환영하며 그에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송영대통일원차관은 『북한이 전례없이 우리측 제의에 신속히 회신을 보내왔을 뿐 아니라 절차문제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정상회담에 관한 북한측의 실현의지가 확인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측이 예비접촉의 명칭, 대표의 급, 일시에 대해 수정제의를 해와 남북간에 전통문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북한측의 이번 회신내용은 북한측 입장을 강변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문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이 이날 하오 전통문발송과 동시에 관영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통해 이 내용을 보도, 남북정상회담문제에 관해 처음 언급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북한측이 이번 회신을 통해 의제를 명시하지 않은 포괄적 정상회담방식에 동의해왔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우리측이 지난 20일 제의에서 의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듯이 북측도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적 평화통일』만을 의제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우리측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이유로 「핵문제로 조성된 긴장국면」을 내세운 반면 북한측은 핵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없이 「오늘날 나라에 조성된 첨예한 정세」로 정상회담개최가 절실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측으로서는 아직 정상회담이 북한측의 「민족대회」와 연계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치는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정부는 일단 예비접촉 회담장에 나가서 북한측 의도를 알아보겠다는 자세다.
어떤 경우든 부총리급 예비접촉은 개최가 확실시되며 남북대화는 지난 3월18일 특사교환을 위한 제8차 실무대표접촉이 결렬된 뒤 3개월반만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정상회담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남북한 당국자가 정상회담문제를 공식협의한다는 것은 처음있는 의미있는 일이다. 시간과 장소만을 논하는 접촉이기는 하나 쌍방 부총리급이 서로의 의도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핵문제와 관련한 남북한당사자간 대화채널이 다시 연결된다는 의미도 찾을 수가 있을 것 같다.
또 그동안 의문시됐던 카터전미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1차적으로는 검증됐다는게 우리측 판단이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북측의 회신으로 어떠한 형태든 정상회담개최를 절실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측은 남북정상회담의 추진과 북미 3단계회담의 추진속도를 연계해 가며 완급을 조절해 나갈 것이라는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돼 있다.
북한측이 특사교환협상 당시와 같은 회담외적인 조건을 내세울 경우 우리측은 북측의 진의가 드러났다고 보고 접촉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측이 예비접촉의 마무리과정에서 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선물을 달라고 제의할 가능성은 있어도 공개적으로 팀스피리트훈련의 중지, 제재추진포기등의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2∼3차례의 예비접촉으로 타결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자세이나 장소, 의전, 경호문제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이견이 예상된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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