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혼선 정리 공조를 재점검/대북요구보다 실질대화 역점/북 진실성 입증되면 북미회담 등 반대안해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조기실현을 위해 예비접촉을 선제의하는등 대북 조치를 주도적으로 취해 나감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도 구체화되고 있다. 외무부는 예비접촉을 제의하는 우리측 전화통지문이 20일 상오 북한에 발송된 직후 지체없이 이 사실을 미국, 일본등 우방국과 중국, 러시아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국제기구에도 정식 통보했다. 이는 정부가 대북제재라는 한쪽의 채찍을 여전히 놓지 않으면서도 대화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이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한미간의 공조태세를 재점검하고 있는 것은 이번의 대화국면이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별사찰등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부분도 필요적 구성요소로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카터전미국대통령의 방북을 전후해 드러난 한미간의「혼선」을 정돈하고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공조체계를 재점검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3단계회담이 갖는 상황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러한「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논의될 사안의 검증, 한반도비핵화 실현을 위한 복안, 북미회담에서 관철돼야할 원칙등에 관해 양국정부간 입장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또 남북정상회담추진에 즈음해 일본이 한·미·일 3각공조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전달하고 정상회담의 실현을 위한 일본의 외교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가키자와 고지일외무장관이 20일 참의원 외교위에서 『북한과의 수교협상재개에 대해 핵의혹의 해소를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을 것』을 시사한 것과 관련,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의 진의를 타진하고 있다. 또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일 수교협상이 실제로 재개될 수도 있다고 보고 이에 따르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무부는 또 북한과의 대화재개가능성이 대세로 굳어진 만큼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그리고 북한과 IAEA간의 대화등 3개채널을 대화의 기본구도로 한다는 원칙을 재정립하고 이 3개채널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키로 방침을 세웠다. 이 경우 북―IAEA간 대화는 북한이 IAEA를 탈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섣불리 IAEA에의 복귀를 요구, 북한을 자극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추진을 계기로 대화채널의 기본구도를 새롭게 설정한 것은 「8자회담」제안등으로 북핵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북미간의 대화재개에 대해서 정부는 북한의 진실성이 검증되면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을 반대하지 않기로 하고 곧 재개될 북미간 뉴욕실무접촉의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 점에서 정부는 클린턴미대통령이 21일 『카터전대통령을 통한 북한의 제안을 희망적으로 평가하고 곧 북미접촉을 통해 이를 검증하는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핵투명성을 현재와 미래뿐 만아니라 과거에 대해서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미간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미측에 강력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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