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만나 북속뜻 파악해야”여/일단환영… 철저한준비 주문야 정치권은 20일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발빠르게 제의하자 비상한 관심으로 사태의 추이를 관측하고 있다. 여야 모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감과 신중론을 함께 나타냈다.
○…민자당은 정부가 김일성북한주석의 남북정상회담제안를 즉각 수용한데 이어 이날 회담의 실무문제를 다루기 위한 예비접촉을 제의한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세기정책위의장은 이날 상오 이홍구통일부총리와 통화, 대북접촉제의사실을 전해듣고 『북한의 의도를 재면서 미적거리기보다 진의를 직접 타진하는 전진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예기치 못했던 북한의 정상회담제의가 핵문제로 인한 곤경을 모면해보려는「풍선」일 가능성도 적지않지만 그럴수록 빨리 북측을 만나 속뜻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당내에는 정상회담의 성사여부와 성과를 놓고 기대론과 경계론이 뚜렷한 두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기대론은 50년분단사에 처음으로 남북정상이 민족공존을 의제로 머리를 맞댄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며 향후 남북대화의 중심축이 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경계론은 『전망이 불확실한 정상회담에 너무 기대다 자칫 북한핵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체제가 무너질수 있다』면서 『특히 카터전미국대통령의 방북을 전후한 미국정부의 북한핵입장이 「과거는 불문, 현재와 미래는 동결」쪽으로 기우는 점에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당관계자들은 『한반도 주변국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며 실무접촉을 통해 북한의 진지성을 확인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이번 회담 자체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다 자칫 북한의 기존핵정책을 용인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준비가 발빠르게 진행되고있는 것에 대해 일단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정부에 철저한 사전준비를 주문하는등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를 너무 구체적이고 까다롭게 내걸면 회담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너무 추상적인 만남도 적절치않다는 입장이다.
이기택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도중 박관용청와대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로 남북정상회담예비접촉제의 소식을 전해듣고 『그렇게 빨리 나오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대표는 특별한 의제없이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만 정하자고 했다는 박실장의 설명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회의에서 조세형최고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은 초당적으로 범국민적 차원에서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시간과 장소만 정하는 식으로 졸속하게 준비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국론통일과 범국민적 여론수렴을 위해 상시적으로 정상회담의 대책을 논의할 수있는 여야합동대책기구를 만들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문제를 한꺼번에 풀려는 과욕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무현최고위원은 『핵문제등을 정상회담에서 단칼에 해결하려는 것은 과욕』이라면서 『정상회담에서는 화해와 교류에 대한 상징적 성과만으로 좋다』고 말했다.【이유식·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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