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은 한줄도 보도 안해/“시간벌기·국제공조허물기”의혹여전/예비접촉 북수석대표엔 김영남유력 20일 우리측이 예비접촉을 먼저 제의,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천작업을 개시함에 따라 북한의 앞으로의 대응방향과 속셈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터전미대통령이 방북을 마치고 김영삼대통령을 면담한 지난 18일 이후 이영덕총리 명의의 대북전화통지문이 전달된 이날 현재까지 북한측으로부터 정상회담문제에 대해 공식반응은 물론 일체의 보도나 논평이 없는 상태다. 북한의 언론기관들은 도리어 20일 상오까지 김대통령을 비난하는 보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내보내고 유엔안보리의 제재 움직임을 비난하는등의 보도만을 계속하고 있어 북한측 진의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북한의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18일 카터의 방북성과에 대해 그가 남측으로 넘어가기 직전 판문점 통일각에서 내외신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보도하면서 『카터가 조만간 조미회담의 재개와 흑연감속로의 경수로전환등 핵문제의 순조로운 해결등에 대해 확신을 표시했다』고만 보도했으나 정상회담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20일 상오 평양방송은 『남조선 괴뢰도당이 미국의 압살정책에 추종, 동족도 평화도 안중에 없이 전쟁에 불을 지른다면 곧 저들의 종말로 될 것』이라는 일상적인 비난방송을 되풀이했다.
정부당국자들은 이날까지의 보도방향은 사전에 정해진 것이며 북한측의 공식반응은 우리측 제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진만큼 2∼3일 이후에 대남전화통지문의 형식으로 나올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대남보도에 관해서도 예비회담에서 절차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쌍방정상에 대한 비방·중상은 일체 중지돼야 한다는게 정부 입장이어서 향후 북한 보도태도의 변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의 진의가 과연 또다시 시간을 벌자거나 국제공조체제를 와해하려는 의도인지 또는 적어도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의사가 있는 것인지 정부관계자들도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일부에서는 카터가 이날 미CNN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김일성이 남북한 병력을 각각 10만명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회담성과에 대해서는 차치하고라도 정상회담 자체는 성사시킬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단 예비회담에 나와서 제재추진 포기를 공식선언하라는등 회담외적인 조건을 다시 걸고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북한측이 예비회담 수석대표로 과연 누구를 내세우느냐도 북한측의 속셈을 꿰뚫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예비접촉 수석대표를 부총리급으로 하자는 제의에 대해 북측이 수정제의를 해오지 않는다면 우리측 수석대표로는 사실상 이홍구통일부총리로 정해진 상태다. 북한측에서는 김영남정무원부총리겸 외교부장이 방북한 카터를 영접, 상대역으로 행세했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수석대표가 「부총리」가 아닌 「부총리급」이기 때문에 북한측에서는 당과 대남전위단체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도 다수의 후보가 거론될 수 있으며 김용순대남담당비서, 과거 장기간 대남총책으로 활약하다 활동이 뜸해진 윤기복당비서겸 경제정책위원장, 전금철조평통부위원장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직함을 당과 조평통양쪽에 걸어놓고 있는데 조평통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회담에 임할 경우 우리쪽의 통일부총리와는 「급」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성사 이전단계에서 북측의 진의를 일단 의심해볼 수도 있다. 72년 남북공동조절위원회 북측위원장을 지낸뒤 사라졌다가 지난해 부주석으로 복귀한 김영주도 정상회담의 산파역으로 나설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홍윤오기자】
◎남북예비접촉 대북전통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총리 강성산귀하
우리 겨레는 반세기 가까이 불신과 대결로 인해 민족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핵문제로 인해 남북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귀측을 방문한 바 있는 지미 카터전미국대통령은 귀측 최고책임자가 아무런 조건없이 빠른 시일안에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했다고 전해왔습니다. 나는 위임에 의해 이와 같은 귀측의 제의에 대해 민족의 염원으로 보나,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내외상황으로 보나 매우 바람직한 일로서 이에 동의한다는 뜻을 귀측에 알리는 바입니다.
그간 우리측은 핵문제로 인해 조성된 남북간 긴장국면을 조속히 해결하고 화해협력 관계를 정착시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길을 열어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남북의 최고책임자가 직접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밝혀왔습니다. 이에 우리측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절차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예비접촉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하면서 오는 6월28일(화) 상오 10시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합니다. 예비접촉대표단은 부총리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3명의 대표로 구성하고 수행원은 5명 내외로 할 것을 제의합니다.
귀측의 긍정적인 호응이 있기를 바라며 빠른 시일안에 상응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1994년 6월20일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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