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인 등 살해혐의 전격 구속/자수의사 밝힌뒤 차량도주극/LA경찰 96㎞ 추격전 붙잡혀 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인 미식축구스타이면서 영화 「총알탄 사나이」등에 출연, 대중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O J 심슨(46). 그가 전부인 니콜 심슨(35)과 니콜의 애인 라일 골드만(27)을 살해한 혐의로 17일 로스앤젤레스경찰에 구속됐다.
지난 12일 사건발생초기부터 혐의를 받아온 심슨은 그동안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전부인 니콜의 장례식에까지 참석하는등 여유를 보였으나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나자 변호사를 통해 자수의사를 밝혀 시간을 번뒤 추잡한 도주극을 벌이다 끝내 경찰에 투항했다.
17일 하오7시35분께부터 75분간여에 걸쳐 LA의 오렌지카운티 일원 고속도로에서 권총을 머리에 대고 자살극을 벌이는 심슨을 경찰당국이 96정도 추적, 체포하는 과정을 미국의 주요 TV방송사들이 헬기등을 동원, 입체 생방송함으로써 미국인들로 하여금 한편의 스릴 넘치는 스펙터클 무비를 감상하는 기분에 흠뻑 젖게했다.
남가주대학 미식축구선수출신으로 버펄로 빌스팀에서 불세출의 러닝백으로 이름을 날렸던 심슨이 혐의를 받고 있는 전부인 니콜등 2명의 피살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12일밤. LA시 인근 브렌트우드에 있는 니콜의 집에서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골드만이 칼로 온몸이 난자당해 집안과 정원에서 각각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13일 당시 시카고에 머무르고 있던 심슨을 일단 참고인으로 소환, 범행관련 사실을 3시간여동안 조사했으나 그가 혐의를 전면부인함에 따라 일단 귀가시켰다.
그러나 다음날 경찰은 사건현장인 니콜의 집에서 채취한 혈액형과 심슨의 자동차에서 채취한 혈흔의 혈액형이 일치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경찰은 또 심슨의 몸에 난 할퀸 상처를 확인, 심슨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다급해진 심슨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 했으나 변호사도 감을 잡았던지 하루만에 사임, 더욱 의심을 사게되고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던듯 17일 상오 경찰에 자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심슨은 이날 하오 늦게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경찰은 심슨을 1급 살인혐의로 수배했다. 수배자가 된 심슨은 미식축구선수출신 친구가 운전하는 자신의 흰색 브롱코 지프에 타고 자취를 감췄다.
남가주 일대에 긴급수배령을 내린 경찰은 하오 7시 35분께 심슨의 브롱코 지프를 캘리포니아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5번 고속도로에서 발견, 추격전이 시작됐다. 추격전은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권총을 머리에 대고 자살극을 벌이는 심슨의 브롱코 지프를 10여대의 경찰차가 10여 거리를 두고 뒤따르고 하늘에는 경찰헬기와 취재헬기등 10여대가 고속도로에 금방 곤두박질하듯 저공으로 비행, 긴박감을 더해 주었다.
심슨은 하오 8시50분께 경찰의 끈질긴 추격전에 굴복한듯 브렌트우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경찰에 순순히 투항했다.
운동선수출신으로는 보기드물게 미남인데다 재기가 넘쳐 미국인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심슨이 살인혐의로 구속되자 미국인들은 놀라움을 금치못하며 신문과 방송들은 지난 12일 사건발생이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심슨은 아직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경찰은 그가 9살과 6살난 자녀를 둔 니콜과 재결합을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재결합 관계로 다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로스앤젤레스=박진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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