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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34년 르완다왕 키가이리(세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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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34년 르완다왕 키가이리(세계의 사람들)

입력
1994.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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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배급품으로 초라한 생활/“조국 돌아가 평범한시민 되고파” 르완다 왕이었던 키가이리 다헨두와(57)는 요즘 참담한 심정이다. 돌아가고픈 조국에서 종족간 내전과 대학살로 끔찍한 피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0여년전 쿠데타로 쫓겨나 여러나라를 전전하다가 2년전 미국에 정착했다.

 그는 7척이 넘는 장대한 키에 왕족의 위엄이 여전하나 망명생활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워싱턴 인근의 단칸 아파트에서 수행비서와 함께 살고 있는데 CNN같은 방송으로 고국의 소식을 신속하게 듣고 싶지만 돈이 없어 유선방송을 신청할 엄두도 못낸다. 미국정부가 주는 식품배급권과 친구들이 보태주는 돈으로 간신히 생계를 잇고 있다. 결혼도 못하고 있다. 「결혼은 고향땅에서 해야 한다」는 고국의 관습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의 개인적 소망은 소박하다. 거창하게 권토중래를 꿈꾸는 게 아니다. 조국에 돌아가 평범한 시민으로 평화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 망명생활 34년의 그가 조국에서 가정을 꾸릴 날은 언제일까.【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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