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핵사찰 한국개입 부적절」 입장/김 “핵해결과정 남북한 문제해결 계기될수도”/미 정부 최종입장 미정… 내설명 들은후 결정 카터전미국대통령은 18일 하오 이한에 앞서 미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북결과를 설명했다. 모두발언에 이어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카터전미대통령은 이번 방북이 개인자격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하면서 북측의 제안과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나의 방북이 민간단체인 카터센터의 소장으로서 개인적인 신분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북한은 지난 91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방북을 초청했었고 이번에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방북전에 클린턴대통령에게 평양방문 의사를 전달했고 클린턴대통령도 승인했다. 또 미정부 고위당국자로부터 북한핵상황과 관련, 상세하고 충분한 브리핑이 있었다. 방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현재의 상황이 상당히 우려할 만한 대치국면인데도 북한의 최고위 지도층과 직접적 대화채널이 단절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김주석과의 회담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팀을 추방하지 말것과 현재 작동중인 감시장치를 유지시켜 줄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북한의 핵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김주석은 이에 대해 북한은 과거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핵무기를 보유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의 개최가 보장되면 핵개발을 동결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두가지 제안을 했다. 그 하나는 북한이 현재의 흑연감속형 원자로를 경수로원자로로 전환하는데 대해 미국이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주석은 미국이 경수로원자로를 직접 지원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북한이 보다 덜 위험한 경수로원자로로 자발적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미국이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김주석의 두번째 제안은 북한을 핵공격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해 북한에 대한 핵선제불사용이 보장돼야하지만 이는 한반도 비핵화의 틀에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북한의 제안을 워싱턴에 전달했고 두번째 회담에서 나는 북한이 약속사항을 이행하면 대북제재 추진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해결책이 강구될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물론 일개 민간인의 자격에서 한 말이다.
이제는 김주석의 제안이 정상적인 외교경로를 통해 구체화되는 단계를 거쳐야한다. 이번 방북에서는 남북문제도 거론됐는데 김주석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같았다. 다만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핵사찰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개입하는 것이 적절치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듯 했다. 김주석은 분단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것은 남북의 공통책임이라고 말하면서 핵문제해결과정에서 남북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석은 또 김영삼대통령의 정상회담제의를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정상회담제안이 조기에 현실화되는 것을 김주석이 바라고 있다는 뜻을 김대통령에게 전달해주기를 희망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추진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정부의 공식입장인가.
『개인적인 입장에서 발언한 것이다. 다만 북한이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면 제재가 즉각 실행에 옮겨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가 계속 협의 중에 있음을 밝히고 미정부의 최종입장은 나의 보고를 들은 후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북핵문제가 제재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북미 비밀협상설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3단계회담의 전제조건은 다르다. 북한과 미국의 관리들이 비밀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
―이번 회담에서 김주석에 대한 인상은.
『김주석은 나의 제안에 대해 합리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약속은 앞으로의 이행과정에서 검증될 것이다. 김주석은 대단히 활발해 보였고 재기도 있어 보였다. 솔직담백했으며 현재의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었다. 국가정책의 결정권과 통제권을 확실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북한의 고위관료들이 김주석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수교를 했다. 미국은 아직 북한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북미관계개선에 대한 생각은.
『양국의 외교관계는 선물이나 보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양 당사국이 문호를 개방하고 대사를 교환하는 것은 양국에 공통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북미간 문호개방은 상호에 이익이 된다고 본다』
―북한은 주한미군과 핵무기 철수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는가.
『한반도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없다. 또 부시전대통령은 한반도 근해의 해상에도 핵무기가 없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의 정책를 북한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어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핵선제불사용은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는 남북한 상호사찰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핵을 반입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있어야 한다』
―북한이 흑연감속원자로를 경수로원자로로 전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또 북한은 이 기간에 핵개발을 동결하겠다는 의미인가.
『기간은 단정할 수 없으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북미대화가 진행 중에는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한다는 것이다. 경수로전환의 의미는 위험한 흑연감속로를 통한 핵개발의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의 추가적 재처리금지 보장돼야 하는데 이는 북미간 협상테이블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김주석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인가.
『김주석은 정상회담을먼저 제안한바있는 김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또 카터센터가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중개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나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카터센터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석의 발언을 신뢰할 수 있는가.
『김주석의 발언을 검증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김주석이 곧 거짓으로 판명될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대북제재추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북한이 경제적 제재에 의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북한은 제재를 실행에 옮길 경우 국가에 대한 모독, 지도자에 대한 범죄인 취급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김주석에 대해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존경심을 갖고 있는 북한주민들이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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