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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핵전문가… “핵특사 적임자”/방북성사 뒷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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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핵전문가… “핵특사 적임자”/방북성사 뒷얘기들

입력
199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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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공학-핵물리학전공 원자력에도 조예/뉴욕 북한대표부에 의사타진-즉각 수락/김일성 카네기연구원 면담도중 카터거명 북핵문제 해결에 극적인 돌파구를 연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은 백악관과 카터센터가 전격적으로 추진한 비밀외교의 산물이었다.

 카터의 방북은 미국정부의 말대로 카터가 자청한 게 아니고 클린턴미대통령이 간청한 결과로 이루어졌다는 게 정통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클린턴은 북한 영변의 5㎿ 원자로 연료봉 교체문제로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가 물건너 가고 한반도에서 긴장의 파고가 거세지기 시작하던 이달초 유럽에서 열린 2차전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석중 카터전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밀사역을 수행해 줄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주시하던 카터는 클린턴의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그는 지난 7일 뉴욕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방북의사를 타진했다.북한측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그들은 지난 92년 김영남외교부장 명의로 보낸 방북 초청장이 아직도 유효하다면서 필요하면 새로운 초청장을 즉시 발송해 줄 수도 있다고 알려왔다.

 북한으로서는 하루하루 조여오는 미국주도의 제재포위망을 벗어날 출구가 절실히 필요하던 때였다고 할수있다.그들에게는 카터전대통령이 구세주인 셈이었다.재임시 주한미군의 철군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퇴임후에도 전세계의 약소국 지도자들을 찾아 다니며 분쟁의 공정한 해결을 위해 헌신하는 카터의 이미지가 김일성북한주석의 마음을 오래전부터 사로잡고 있었을지도 모르기때문이다.

 마침 당시 평양에서 김주석과 3시간이 넘게 오찬을 겸한 면담을 가졌던 카네기재단의 셀리그 해리슨 수석연구원은 『김주석이 대화도중 느닷없이 「카터전대통령이 이곳(평양)에 한번 와보면 어떨까」하고 내게 물어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카터재단측에게 지난 92년의 초청장이 유효함을 통보했고 이때부터 카터전대통령은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관계자들로부터 한반도 정세에 관해 집중적으로 브리핑을 들었다.애틀랜타 소재 카터센터 주변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북핵담당대사가 그곳에 내려가 카터에게 직접 브리핑을 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미국정부는 카터대통령이 앤터니 레이크 안보담당보좌관과 갈루치등으로부터 의례적인 브리핑만을 받고간다고 연막을 펴오다 이제서야 클린턴대통령과도 방북과 관련해 깊숙한 대화를 나누었던 사실을 시인하고있다.

 공교롭게도 카터전대통령은 핵전문가이다.지난 10일 워싱턴의 주한미대사관저에서 카터전대통령 내외와 만찬을 함께한 한승수주미대사는 『카터전대통령이 해양공학과 핵물리학을 전공한 핵분야의 전문가로 원자력분야에 조예가 깊더라』고 전했다.

 카터전대통령은 자신의 방북을 준비하면서도 이를 메리언 클릭모어(카터센터 프로그램담당국장·전 스리랑카대사)등 일부 측근에게만 알리고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애틀랜타 마피아」의 한 거두인 제임스 레이니주한미대사가 경호와 의전등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력한것으로 알려졌다.북한에서의 의전은 현직 국가원수와 동일한 예우를 해주고 비밀 경호원들의 총기반입도 허용한다는 다짐을 받아냈다.통역도 워싱턴에서 고르지 않고 오키나와 총영사로 재직하는 크리스텐센씨를 택했다.그는 서울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한국통으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소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정부의 한 관계자가 카터센터에 카터의 방북사실을 문의해온 시간은 CNN TV의 보도가 나간지 불과 수시간전이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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