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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관저의 모터쇼/김병주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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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관저의 모터쇼/김병주 경제부기자

입력
199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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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문제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때인 지난 16일 하오 서울 도심에서는 미국자동차들을 전시하는 때아닌 모터쇼가 열렸다. 장소는 서울 정동 미대사관저. 제임스 레이니대사가 자동차시장 개방확대를 요구하기 위해 내한한 미국자동차업계대표단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한 리셉션장에 9대의 미국산 자동차들을 전시해 놓은 것이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미국자동차업계대표도, 레이니대사도, 초청인사도 아닌 미제자동차였다. GM의 캐딜락 컨쿠어, 크라이슬러의 그랜드 체로키등 미국이 자랑하는 9종의 최신모델 주위에 주한 외국대사들과 김철수상공부장관등 정부관리와 국내자동차업계 대표등 3백여명의 국내외 인사들이 몰려들어 「명차」를 감상했다. 미국자동차업계대표단들은 『이런 좋은 차들을 한국국민들도 자유롭게 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자동차시장 개방의 정당성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날 행사는 레이니대사의 발로 뛰는 세일즈외교자세가 돋보인 자리였다. 환영리셉션의 형식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미국자동차의 수입확대를 위한 시위용 내지 압력용 행사나 다름없었다. 리셉션에 참석한 국내 거주 미국기업인이나 외국인들을 상대로 차를 팔려고 이런 행사를 열지는 않았을 것이다. 「슈퍼301조」를 들먹이면서 자동차시장 개방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측 행동에 마음이 편할 까닭이 없는 우리 정부관리나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이날 리셉션장소는 「호랑이굴」이나 다름없었다. 전시장소가 미국대사의 안마당인 것을 감안하면 화려한 모터쇼와는 또 다른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란걸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집마당을 차 파는 장소로 제공한 레이니대사의 활발한 외교활동에 비해 평소 우리 정부관리들의 외교자세는 창구외교나 접대외교에 그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미국의 일개 민간이익단체의 대표에 불과한 이들 자동차대표단을 맞아 대사가 관저를 제공하며 세일즈활동을 지원한다는 자체를 리셉션에 참석한 우리 정부관리들은 생소해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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