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르완다내전·보스니아문제 “허우적”/탈냉전이후 세계경찰역 기대 좌초우려 탈냉전시대후 명실공히 새로운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중추기구로서 새로운 역할을 추진하고 있는 유엔이 북한핵, 르완다내전, 보스니아문제등의 난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창설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냉전시대 당시 초강대국들의 씨름장이 되는 바람에 제구실을 못했던 유엔은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구소련의 몰락이후 처음으로 지구촌내의 전쟁, 불행, 부정의등에 맞서는 「평화수호자」로 세계의 경찰역을 맡고 나섰다. 미소의 대결이 사라지는등 국제정치의 변화와 세계의 대소사가 모두 유엔안보리로 모여들기 때문에 급격히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수요가 늘어났다.
그러나 탈냉전 4년여가 지난 지금 유엔은 북한핵개발의 위기말고도 르완다의 인종학살, 보스니아사태, 아이티사태등의 처리에서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한 유엔은 발을 빼고 싶은 보스니아와 르완다에 마지못해 평화유지군을 증파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늘어나는 분쟁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미국과 러시아같은 주요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만 챙기고 있기 때문에 국제문제에 대한 분쟁조정권한을 가진 안보리가 일치된 목소리를 권위있게 내지 못하고 있다. 또 많은 회원국들은 선택적으로 자국의 이익이 관련된 지역적 분쟁에만 관여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맹주인 미국도 아이티에서 군사정권을 축출하는등 사태해결을 위한 아이티제재안을 성공적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결국 미국등 강대국간의 갈등, 지역이기주의등이 득세하고 있는것이 현재 유엔의 명확한 위상이다. 국제질서의 재편축으로서의 유엔의 꿈이 좌초될 위기에 이른 것이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그러한 관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세계의 위기의식과는 정반대로 미국이 사전에 자신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제안한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안을 거부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렇듯 「유엔의 오너」라고 할 수 있는 미 러 불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제각각 딴 목소리를 내는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유엔이 전세계에 5만명이상의 평화유지군을 투입하고도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많은 나라들이 유엔의 평화유지군을 무력하다고 보고 있으며 특별히 보스니아와 소말리아의 평화유지활동을 비웃거나 때때로 대량학살행위로 간주할 정도다. 실제로 르완다에서의 유엔군은 인종분쟁이 일어났을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기다 프랑스와 영국은 조만간 보스니아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보스니아로부터 자국의 군대를 철수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큰 희생을 치른후 앞으로의 유엔평화유지활동에 대해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정책을 취하기로 전환했다.
두번째로는 탈냉전후 국제 협력의 주요열쇠로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삐걱거린다는 데에 있다. 러시아는 최근 몇달동안 보스니아문제에 관해 나토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반서방노선을 취하며 냉전시대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91년 걸프전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유엔의 후원아래 연합전선을 폈었다. 그당시에는 냉전시대가 끝난 직후로 모스크바와 워싱턴이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그러한 시대는 영원히 가버린 것처럼 보인다.
1백84개국의 회원국을 가진 거대한 유엔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순항할 수 있는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자국이기주의를 벗어나 세계평화를 위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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