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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업열풍(장명수칼럼: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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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업열풍(장명수칼럼:1687)

입력
199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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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공산당의 가장 큰 업적은 13억인구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것이다. 중국인민들은 5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배불리 먹고 있다』고 북경에서 만난 동량취여사는 말했다. 중국문학연합회 부이사장으로 수필가인 그는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도왔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대리를 지냈던 동필무의 딸이다.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인파에 부대끼다보면 그의 말이 실감이 난다. 10억이 넘는 인구에게 일자리를 주고, 하루 세끼 먹이고, 입히고, 지붕아래 잠잘 수 있게 집을 준다는 것은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인민들의 가난한 살림살이를 볼때마다 『이 나라도 갈길이 멀구나』라고 느끼게 되지만, 한편 그들이 지난 50년동안 그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흘린 피와 땀을 떠올리게 된다. 중국은 굶주림에서 해방되었을뿐 아니라 돈을 벌어 더 잘 살려고 뛰고 있다. 등소평의 개혁이 성공한 것은 돈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망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긴 역사에서 어떤 민족보다도 상술이 뛰어났던 중국인들은 공산통치아래 억제됐던 그 재주를 되살려 단숨에 시장경제에 적응해가고 있다.

 중국에 불고 있는 부업열풍은 관민을 가리지 않고 있다. 정부각부처·군·각 기관들이 저마다 부업으로 돈을 벌려고 서로 경쟁하고 있고, 인민들은 재주껏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근로자·농민·공무원·교수·의사등 모든 계층에서 「두개의 직업」이 일반화하고 있다. 부업으로 버는 돈은 모두 개인재산이 되므로 본업은 대강 대강 8시간만 때우고, 퇴근하자마자 부업으로 뛰어가는 폐단이 문제가 될 정도다.

 누구나 자유롭게 장사할 수 있는 자유시장에 가면 살아있는 중국, 꿈틀대는 중국이 숨막히게 다가온다. 그들은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고 있다. 수박·복숭아·채소·닭고기·쇠고기·돼지고기·약초 등을 주로 파는 시끌벅적한 시장에서 녹슨 수도파이프 등 고철을 저울에 달아 파는 사람도 보인다. 좌판에 거울·드라이어·가위를 펼쳐 놓고 머리를 깎아 주는 사람도 있다. 만두와 국수를 즉석에서 삶아 파는 포장마차에도 빈자리가 없다.

 자유시장뿐이 아니다. 북경시내 번화가에도 농산물·의류·약초들을 조금씩 펼쳐 놓고 파는 사람들이 있다. 이동이발소도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5월1일부터 격주로 토요일을 쉬게 하고, 근로시간이 주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어든 후 부업열풍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북경의 특급호텔인 곤륜호텔 1층 식당에서는 저녁마다 작은음악회가 열린다. 수학여행 온 일본고교생들이 로비에서 시끄럽게 떠드는데 북경음악원의 남녀교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페라 아리아들을 이중창으로 열창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온 팝송가수가 노래불러야 어울릴 레스토랑에서 저녁마다 열리는 그 고급음악회는 오늘 중국을 휩쓰는 부업열풍의 한 재미있는 상징이다.

 등소평은 시장경제도입을 선언하면서 『재주있는 사람부터 먼저 잘 살라』고 말했다. 돈버는데 재주없는 중국인이 있는가. 돈을 향해 중국인들이 사방에서 뛰고 있다.<북경에서·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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