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차량 수입 “세계서 제일 비싸” 싱가포르는 자동차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이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이곳에서는 약 6천만원에 거래된다. 이렇게 황당하게 자동차 값이 비싼 것은 기본적으로 싱가포르정부가 자동차의 숫자를 거의 동결하다 시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특한 차량취득 방식을 적용, 차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차량이 수입차이므로 수입가격의 45%에 해당하는 관세와 등록세(약 50만원)가 부과된다. 여기에 추가등록세(수입가격+관세의 1백50%)와 소유증명서(COE) 취득비용이 덧붙는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이 COE비용이다. 우리로 치면 차량등록증이랄 수 있는 COE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COE를 정부가 입찰을 통해 파는 것이다.
싱가포르 차량등록국(ROV)은 매년 도로율과 폐차율을 고려, 차종별 증차대수를 발표한다. 「결손분」이랄 수 있는 약 4만∼5만대 꼴인 증차분에 비해 자동차 구입희망자가 언제나 너무 많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희망자를 대상으로 매달 할당량을 정해 경매에 부친다. 자동차 자체가 아니라 소유증명서에 대한 입찰이다. 낙찰가격은 증권시세처럼 변동이 많다. 예를 들어 쏘나타의 경우 92년 1천만원 하던 COE비용이 올해 초 3천만원으로 뛰었다. 그만큼 자동차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92년 이 차를 사서 올해 팔았다면 앉아서 2천만원을 벌게 된다. 물론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가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다. 입찰을 통한 ROV의 연간 순수익도 45억원에 이른다. 정부로서는 차량증가도 막고 수입도 올리는 「일거양득」의 제도를 운용하는 셈이다. 싱가포르는 자동차 증가 억제 정책을 강력하게 펴고 있는 나라이다. 현재 약 50만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이 나라는 도로사정등의 변화가 없는 한 자동차를 늘리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내 중심지역(CBD)의 차량진입을 가능하면 막고 휘발류값을 높게 책정하는 등 다양한 억제책을 주도 면밀하게 시행 중이다.
인상적인 것은 이 나라 국민들이 국가의 「불편한」교통 정책을 별 불만없이 받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교통 수단이 그만큼 완비돼 있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넓은 안목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만한 구석도 있다.【싱가포르=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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