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라면·방독면 판매 급증/「남들이사니까…」 심리도 한몫/시민단체들 “망국적행위… 자제를” 일부국민들의 북한핵관련 「안보불감증」이 돌연 「안보과민증세」로 바뀌면서 사회일각에서 생필품 사재기 같은 구태의연한 병리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사재기 대열에 따가운 눈총을 보낼 뿐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경실련등 시민단체들은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재기소동을 사회안정을 해치는 몰지각한 행위로 단정, 정부측에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강남 일부지역 백화점과 슈퍼마켓등의 식품코너에는 평소보다 3∼4배 많은 고객들이 몰려 비상용 식품과 연료등이 재고품까지 동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14일과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현대백화점의 경우 쌀과 라면등이 평소보다 2∼3배나 많이 팔렸다. 평소 10박스 정도 팔리던 라면이 이날 하룻동안 1백박스가 넘게 나갔고 쌀도 평소보다 3배이상 판매됐다. 또 밀가루와 휴대용 부탄가스는 없어서 못팔 정도이고 통조림 양초 건전지 1회용 젓가락등의 판매량도 평소의 2∼3배를 웃돌았다.
강남구 신사동 영동백화점의 식품매장부도 14일부터 사재기에 나선 사람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 하루 30박스씩 팔리던 라면이 이틀동안 2백박스가 나갔으며 쌀도 평소보다 3배 넘게 팔렸다.
방독면 판매업체에도 구입문의전화가 빗발치고있다. 서울중구 S상사의 경우 14일 하룻동안 1백여통의 문의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S상사측은 『평소 10개도 나가지않던 방독면이 14일부터 하루 1백개이상 팔려 재고품까지 내놓고있다』고 말했다.
사재기소동의 저변에는 「남들이 사니까 일단 구입해놓고보자」는 동요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주부 김유경씨(45·서울송파구잠실동)는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라면 2박스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판매원 이은영씨(20·여)는 『백화점에 무심코 왔다가 생필품코너에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덩달아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재기는 생필품에 국한된것으로 시중은행, 투자 신탁등 금융가와 금은방등은 거래량에 변동이 없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이다. 경실련 YMCA 흥사단등 시민단체들은 15일 긴급회의를 소집,사재기등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발표, 『사재기는 망국적인 태도로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 아니라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는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국민들은 동요없이 일상생활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경실련은 또 『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핵투명성을 보장하고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제재고려등의 도발적인 발언을 삼가라』고 요구했다.
흥사단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등도 국민들의 동요를 막을 수 있는 대책마련을 정부측에 촉구하는 한편 사재기방지등을 호소하기로 했다.【박천호·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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