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세 중국 등에 오히려 부담”/「맞불」 자제… 가변상황에 대비 북한이 돌연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북한핵문제가 급류를 타면서 심한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IAEA탈퇴가 예상했던 변수중의 하나였으며 북―IAEA간의 긴장을 한반도 속으로 끌어 들여 터뜨릴 수는 없다는 판단아래 기존의 입장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방향타를 잡아나가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날 긴급히 소집된 통일안보조정회의에서 이홍구통일부총리가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가 준비중인 단계에 있으며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일관된 노력을 계속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기본방침이 물길을 달리하거나 가속화될 것은 아니다』고 정부의 방침을 그었다. 즉 정부는 북한의 IAEA탈퇴선언에 직접적인 「맞받아치기」로 대응하기보다 국제공조에 의한 「압력과 설득」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북한이 IAEA를 탈퇴한 것은 그 자체로 볼 때 일단은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공세로 보일 수 있으나 결국은 대북제재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중국등 일부 국가들의 「북한입장지지 명분」을 상실케 함으로써 역효과를 초래케 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북한도 이같은 역효과가 한꺼번에 밀리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현재 유보중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유보를 철회하는 「손쉬운 방법」 대신 IAEA탈퇴라는 편법을 쓴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이 IAEA를 탈퇴하면서 ▲IAEA가 북한에 대한 원조중단의 제재결정을 내렸음을 이유로 들면서 ▲이는 유엔 대북제재의 서론이라고 자체 평가를 하고 ▲핵문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점을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이유·평가·단서등을 종합해볼 때 북한은 『유엔의 제재가 시작되려 하므로 IAEA를 탈퇴하는 것이며 유엔의 제재가 개시되면 NPT를 탈퇴하겠다』는 경고와 『유엔대신 미국이 나서서 북미 고위급회담을 시작하자』는 제의를 담고 있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NPT탈퇴는 유엔등 국제사회를 적으로 삼는 행위가 될 수 있지만 미국에 통보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효되는 IAEA탈퇴는 자신들의 상대로 미국을 선택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정부는 북미간의 대화촉진을 일관된 전제로 하면서 『북한이 계속 불성실한 모습을 보일 경우 유엔의 예정된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 아래 이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쌓아간다는 생각이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IAEA탈퇴라는 전략적 「카드」를 사용한데 대해 이를 한반도 내의 긴장고조유인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당국자는 이와 관련, 『북한의 IAEA탈퇴는 국제사회에 대한 허세부리기일 수도 있고 미국에 대한 간접적인 대화제의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직접 대응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유엔의 대북제재가 논의되면서도 북미간에는 「간헐적 의사교환을 통한 물밑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채찍(유엔제재)의 시작과 당근(관계개선을 위한 북미회담)의 끝 사이에서 마지막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북한이 IAEA를 탈퇴한 것을 「북의 IAEA탈퇴―대화해법 상호차단―유엔의 대북제재 결정―북의 선전포고 간주―유엔의 가시적 제재―북의 NPT완전탈퇴―유엔의 대북봉쇄―북의 선전포고?」로 이어지는 위기의 시작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이같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짊어지고 미국에 역으로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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