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정계개편 가능성… 콜총리는 입지강화 5백67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뽑는 유럽연합(EU) 12개 회원국 선거가 12일 끝났다.
유럽의회 선거는 각나라에 배정된 수 만큼의 의원을 뽑는 것이지만 직접선거형식에다 모든 정당들과 정치세력들이 후보를 낸다는 점에서 각나라의 총선과 비슷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유럽의회선거는 당연히 현정권에 대한 신임투표 또는 예정된 총선의 바로미터와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된다.
이번 유럽의회선거결과는 나라마다 다소 다르게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집권당의 패배로 드러났다.
집권당이 대패한 나라는 영국과 스페인으로 이들 두 나라의 국내정치지도가 앞으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집권보수당이 약27%를 득표, 전체 87석중 불과 16석을 차지한 반면 노동당은 40% 득표율에 55석을 확보했다.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은 전국규모의 투표사상 가장 저조한 것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메이저총리의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보수당내 반 메이저세력은 이를 기회로 메이저의 실책을 공략, 그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부정부패와 고실업률로 이미 대패가 예상됐던 스페인의 펠리페 곤살레스총리의 노동자사회당 역시 불과 30.67%만 득표, 야당인 우파의 국민당이 얻은 40%에 크게 못미쳤다. 스페인 사회당의 패배는 82년 집권이래 처음으로, 프랑스와 함께 유럽사회주의의 마지막 보루를 힘겹게 지켜온 사회당이 다음 총선에서 우파에 정권을 넘겨주게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스페인에서는 조기총선의 가능성을 계속 점쳐왔는데 곤살레스총리도 투표결과가 완패로 드러난후 이를 시사했다.
프랑스는 예상대로 집권중도우파연합이 최다득표인 26%를 얻었는데 전통적 가치에 입각한 극우 성향인 필립 드 빌리에와 제임스 골드스미드가 이끈 반통합세력이 무려 12%나 얻어 사회당 표를 크게 잠식했다. 미셸 로카르 전총리가 이끈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14%를 얻으며 대패했다. 따라서 국민적 인기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봄 대선에서 미테랑을 이을 사회당의 대통령후보로 위치를 굳힌 로카르의 당권장악은 크게 위협받게 됐다. 그가 과연 사회당 정치인중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자크 들로르를 제치고 우파의 시라크 전총리나 발라뒤르총리에 맞서 사회당의 대통령후보로 지명될 수 있을 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프랑스에서는 특히 좌파성향의 기업가 정치인인 베르나르 타피가 크게 약진, 12%를 얻어 사회당의 득표율에 육박했고 르팽의 극우정당이 12%를 얻었다. 정치평론가들은 프랑스 유권자 4명중 1명이 극우파에 표를 던졌다고 분석하고 기존정치세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어 프랑스의 유럽통합주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회 전체로 볼 때는 영국 노동당의 대승으로 사회당계열이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 유럽통합의 진전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언론들은 메이저 및 곤살레스의 패배, 콜의 입지강화, 프랑스의 신진정치세력 등장 및 극우파의 약진을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 보고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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