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계에 언제나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한국일보 40년. 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상업신문의 개성을 내세우고, 전통과 권위의 신문계에 진입한 한국일보는 한발 앞서가려는 실험정신으로 언론계 구석구석에 새로운 활력과 자극을 주었다. 한국일보는 창간부터 한국적 상업주의를 내세우면서 독자를 고객으로 모시고 경영합리화와 실험정신의 과감한 실천을 통해 언론계에 선의의 경쟁구도를 선도해 왔다. 한국일보의 돌풍은 전통과 권위 속에 안주했던 한국신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견습기자 공개채용제도, 편집기구의 혁신, 기사내용의 선별, 배달제도의 개선, 연관사업의 확충, 세계네트워크의 확산, 경영운영의 효율성, 몸으로 뛰는 기자정신등이 40년의 역사 속에서 지금도 한국일보정신에 살아 있음을 본다. 이러한 특유의 전통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국일보는 독자를 주인으로 삼는 경쟁구도에서 한발 앞서는 젊고 패기있는 신문으로서 위상을 구축해왔다. 한국신문의 이상적 모델이 되기 위하여 신문개혁의 실험장을 자임하기를 마다 하지 않았던 공적을 40년 발자취에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지난 40년을 돌이켜보면 독자의 새벽을 여는 조간으로 시작해서 신문없는 날을 없애기 위해 월요일자까지 발행하며 독자제일주의를 견지해왔다. 조석간제의 병행, 지방분공장 설치의 한발 앞선 실천은 한국일보가 독자들의 요구와 사회적 변이를 예의 주시하는데 얼마나 민감한가를 입증해 주고 있다. 창사직후 54년 7월 견습기자모집을 실시하여 국내 언론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전문인력을 선발하는 효시가 되었고 이는 전문기자배출의 요람이 되었다.
국내 최초의 해외연수제도, 배달소년 장학제도등은 지식과 정보를 기본으로 하는 언론기업에서 인력이 제일 소중함을 기본으로 삼은 경영철학의 표본이다. 편집국기구의 개혁이나 기술 설비의 과감한 투자면에서도 많은 선례를 남겼다. 58년 과학부신설을 비롯하여 기사심사부, 독자상담실 설치·운영등은 한국일보의 부단한 자기개혁의 표본이다. 기술설비투자로 빠르고 친절한 신문을 만들기 위하여 79년 한글자동문선을 비롯한 한글, 한자 CRT자동편집기 가동, 본문활자크기로 활자개혁을 시도하여 밝은 지면, 좋은 인쇄, 빠른 배달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한국일보는 창간부터 세계적 안목에서 경영·편집구도를 설정한 신문이기도 하다. 영자신문을 동시발행하여 국내 정보가 세계로 전파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였고 69년 미주판의 시도는 미주를 비롯한 세계정보망을 형성하여 한국언론의 세계화에 첨병역할을 해왔다.
한국일보는 신문지면뿐만 아니라 각종 사업으로 독자에 봉사하고 경영을 견실하게 하려는 기획으로 행사문화에 관심을 쏟았다. 신춘문예공모, 연날리기,활쏘기, 10만어린이 부모찾기운동,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등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의 정착에도 남다른 기여를 했다.
정상에 우뚝 서는 길은 「제일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에 있다는 운영방침으로 독자와 호흡하고 독자의 마음속에 자리잡는 신문을 갈구하며 심혈을 기울여온 40년의 역사다. 바르고 빠르고 친절한 상업신문의 개성을 유지하되, 누구도 이용할 수 없는 신문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정상의 대열에 조속히 진입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신문사 안으로는 격조와 품위를 갖추면서, 밖으로는 권위와 성가를 자랑하는 언제나 새롭고 젊은 신문을 표방해 왔다. 우리 신문계가 권위와 전통속에 이념적 엘리트신문의 분위기에 안주하는 관성이 지속될 때 한국일보는 독자를 위주로 한 시장경쟁구도를 유입하고 신문이 지식산업으로 생존해야 한다는 상업주의적 기질을 실천했다. 한국신문의 생성과정이 이 겨레에 교육과 계몽을 임무로 민족의 이념과 큰 경륜을 실현하고 정치권력의 견제나 조정자로서 주된 기능을 강조하던 풍토에서 새롭게 고객인 독자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특색을 나타낸 신문이 바로 한국일보다.
한국일보 자신이 독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군림하기보다는 독자가 신문의 고객으로서 일상생활속에 어떻게 이용하며 어떤 충족감을 얻는가에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한국일보의 개성은 독자가 원하는 것에 부화뇌동하는 선정주의적 상업성이 아니라 독자에게 유익한 것을 공급하며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선택을 제일로 삼고 그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극대화하려는 노력과 실천에 있다. 그 일례로 한국일보는 신문경쟁의 전술을 선정적 기사발굴에 두지 않고 속보에 두었으며 전략도 해설의 심층성과 적용성에 두었다.
언론산업도 늘 새롭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일보는 항상 젊은 신문이 되려는 40년전통을 지속하되 누구도 이용할 수 없는 춘추필법의 정신과 불편부당의 자세를 견지하며 더 큰 사회적 소명을 감당하기를 기대한다.<고려대교수·언론학>고려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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