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창간40주년을 맞이한데 대해 진심으로 경하해 마지 않습니다. 고장기영사주가 신문경영에 나선 이래 꼭 40년, 현 장재국회장에 이르기까지 역대 회장을 비롯한 본사간부와 사원 그리고 지사, 지국, 보급소의 여러분들이 일치단결하여 한국일보를 한국유수의 신문으로 성장시켰을 뿐아니라 일간스포츠, 서울경제신문, 코리아타임스등 각종 자매지를 거느린 종합미디어그룹으로서 한국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한 노력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고장기영사주가 한국일보를 창간한 1954년 6월은 6·25가 끝난지 채 1년도 안된 시기였습니다. 한국은 그후 남북대치속에 2차례의 군사쿠데타를 겪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등 「격동의 현대사」를 걸어 왔습니다.
한국일보는 그간 정부비판등으로 몇 차례나 탄압을 받았고 80년에는 서울경제신문이 폐간당하는 쓰라린 고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가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창간호에 내걸었던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정신으로 독자를 위해 정확한 보도를 지향하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점에 대해 같은 신문인으로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또한 기적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들의 의식과 가치관이 급속히 변화해 가는 가운데 한국일보가 한국사회의 미래상을 독자와 함께 생각하려는 의욕적인 보도캠페인을 펼친 것도 신문이 지녀야 할 모습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합니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한국일보의 40년은 「독자와 함께 하는 신문」의 참된 자세를 지켜온 역사이며 격변하는 한국사회에서 나침반의 역할을 해온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일보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가장 평가받아야 할 점은 이 「독자와 함께하는 정신」과 국제화에의 신속한 대응, 다양한 문화활동등이라고 생각됩니다. 독자와 함께 하는 정신은 매일매일의 활기찬 보도에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고있지만 한국일보가 타지에 앞서 실현한 전국동시인쇄체제, 월요판신문 발행등에서도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전국동시인쇄는 전국 구석구석의 독자에게 새로운 뉴스를 빨리 제공하겠다는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월요판발행도 다른 신문이 휴간하는 월요일 아침의 공백기에 보도를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독자본위의 정신이 맥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일보가 70년대에 대대적으로 전개한 캠페인 「1천만 이산가족 찾기운동」도 남북분단으로 헤어진 사람들을 돕겠다는 독자본위정신의 발로이며 90년부터 전개중인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도 같은 정신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 됩니다.
국제화시대에의 대응면으로서는 69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지사를 설치, 한국 신문으로는 최초로 해외인쇄를 시작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듣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에도 현지인쇄체제를 갖추는등 전세계에 81개 거점을 두고 폭넓은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의 신문으로서 매우 주목을 끌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화로의 대응이 급선무인 지금, 한국일보가 축적해온 풍부한 경험은 앞으로의 한국사회에 있어서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또 다양한 문화사업은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77년의 에베레스트정복등은 국민들에게 널리 꿈을 심어줌과 동시에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일이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1월에도 남극점 정복을 성공시켜 다른 신문이 흉내낼 수 없는 한국일보 특유의 개척자적 전통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독자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은 신문의 고귀한 사명의 하나이지만 특히 한국일보가 이 분야에 투여해온 불굴의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세계는 이제 냉전시대가 끝나고 장래 예측이 어려운 불투명한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도 32년만에 문민시대를 맞아 새로운 민주사회의 건설기에 들어갔습니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신문이 역사의 선도자로서 해야 할 역할은 더욱 중대해지고 있습니다. 독자가 기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일보가 40년의 풍부한 경험과 빛나는 전통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사회의 나침반으로서 더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가일층 발전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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