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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용 얼마나 들어갈까/북 지원 큰비중… “천문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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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용 얼마나 들어갈까/북 지원 큰비중… “천문학적”

입력
199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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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백60억∼1조2천억불 추정/민간분야 포함여부 등 편차커/「비용」보다 「투자」성격… 통일빠를수록 부담줄어 독일에는 「통일비용」이라는 말이 없다. 통일을 하는데 드는 돈을 비용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극력 꺼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통일비용이라는 말이 통일을 하려면 치러야 하는 대가나 경제적 부담쯤으로 인식돼 통용되고 있다. 이런 인식을 깔고 통일비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사람들은 통일을 하는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이 경우 통일은 무조건 반길 일이 아니라는 논리도 깔려 있다.

 독일사람들이 통일비용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통일이 되면 들어가는 돈의 상당부분이 「쓰고 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수년내에 수익을 내는 투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통일비용이라 표현하면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된다며 통일에 따른 재정지원, 통일에 따른 추가투자등으로 말을 바꿔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재정지원(주로 각종 사회보장비)과 신규투자를 모두 포함해 통일비용이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재정지원도 결국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므로 통일비용 보다 「통일투자액」이 더 정확하고 긍정적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통일투자액은 연구기관에 따라 다양하게 추정되고 있다. 많게는 1조2천억달러에서 적게는 8백60억달러까지 편차가 크다. 통일방식이나 통일투자액에 포함되는 재원의 범위등 가정이 다르면 투자액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통일비용」을 4천4백80억∼1조2천억달러로 추정했다. 21세기위원회는 통일비용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했다. 여기엔 북한지역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북한주민에 대한 생계보조적 지원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북한지역 설비투자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돈은 통일비용이 아니라 통일에 따른 총 투자액인 셈이다. 통일투자액이 정부의 재정지원과 SOC투자만을 포함하는데 비해 21세기위원회의 통일비용은 민간투자까지 포함하고 있어 가장 포괄적인 개념인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통일비용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정부의 재정지원과 SOC투자를 포함하는 통일투자액은 통일이 극도로 점진적일 경우 8백59억∼9백71억달러, 급진적일 경우 2천3백42억∼2천4백46억달러로 각각 추정됐다. 점진적 통일의 경우 남한과 북한의 경제가 한동안 기존체제를 유지한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KDI가 밝힌 급진적인 경우란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런 통일을 말하므로 21세기위원회와 비교하기엔 이 경우가 적합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배진영박사(현재 인제대교수)는 통일이 될 경우의 「투자지원액」을 4천4백80억달러∼7천6백21억달러로 추정했다. 배박사는 통일의 달성시점이 빠를수록 통일투자액이 적게 든다고 밝혔다. 통일투자액은 북한의 경제력을 남한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투입되는 자본이다. 대개 통일이후 10년간 투입되는 투자비를 통일투자액으로 잡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통일정부가 독일지역에 지출한 재정지원액은 2천1백70억마르크며 세금과 수수료등으로 거둬들인 규모가 3백90억마르크, 순재정지출액이 1천7백80억마르크다. 동독지역에 대한 총투자액은 1천3백80억마르크. 두 가지를 다 합쳐 통일비용이라고 하면 93년에 투입된 통일비용은 모두 3천1백60억마르크가 된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꼭 통일비용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면 1천7백80억마르크라고 추산한다.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사회보장적 지출확대등으로 인해 독일정부는 93년의 재정적자가 1천50억마르크를 기록, 재정적자규모가 통일전인 89년 총예산의 2.7% 수준에서 지난해엔 6.0% 수준으로 크게 악화됐다. 물가 역시 80년대중반 마이너스 상승을 기록하는등 안정세를 과시하다가 지난해엔 4.1%까지 치솟았다. 구체적인 통일투자의 금액규모 뿐 아니라 재정악화와 물가불안등도 통일에 수반돼 치러야 하는 통일비용에 해당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KIEP의 박성훈 책임연구원은 『나중에 수익이 나오는 투자까지 통일비용으로 산정, 지레 겁을 먹기 보다 남북한간의 경제구조를 치밀하게 분석해 부작용을 줄이는게 결과적으로 통일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체제가 다른 두 국가가 통합될 경우 산업생산은 처음엔 감소하다가 다시 종전 보다도 증가, J자 형태의 변화를 보일 것(J커브 효과)으로 지적돼왔다. 또 고용은 처음엔 극도로 악화돼다가 U자 형태로 급격히 회복될 것(U커브 효과)으로 전망돼왔다. 모두 통일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다. 반면에 독일에서 3년간 통독과정을 직접 보며 연구하고 돌아온 허선과장(공정거래위 약관심사과)은 최근의 독일현실은 산업생산과 고용이 일단 악화된후 쉽게 회복되지 않는 L자 형태를 띠고 있다(L커브 효과)고 지적한다.

 통일투자액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여러가지 경제적인 변수들을 어떻게 조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느냐가 핵심사안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통일투자액에 대해서는 추정치를 공식발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민족통일연구원 옥태환 연구조정실장은 『통일비용이 얼마쯤 들 것인가에 대해 현재 정부가 연구를 진행중인지 여부조차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정부의 비공개원칙은 통일투자액에 대한 추정이 괜히 정부가 특정한 통일방식을 결정했다든가 하는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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