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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비 재계 어떻게뛰나/「핵문제」 촉각속에 “정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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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비 재계 어떻게뛰나/「핵문제」 촉각속에 “정중동”

입력
199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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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기대갖고 경협준비 박차/북 인사와도 꾸준한 물밑 접촉/중국·러시아·유럽연결 전진기지 활용 “청사진” 한동안 남북경협 경쟁에 들뜬 모습을 보여 온 재계가 「핵」한파를 만나 발걸음이 꽁꽁 얼어붙었다. 앞다퉈 방북신청서를 내놓고 협력사업 승인서까지 제출, 「북한에의 꿈」을 마구 발표했던 대기업들이 최근엔 언제 그랬냐는듯 움츠린 느낌이다.

 하지만 남북경협과 통일이후를 대비하는 재벌그룹들의 「정중동」행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핵협상이 타결됨과 동시에 곧장 남북경협이 재개되리라는 낙관적인 기대도 갖고 있다. 재계는 핵협상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한인사와 물밑접촉도 꾸준히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무엇보다 북한을 경쟁력강화의 새 돌파구로 보고 있다. 북한이 중국이나 동남아보다 훨씬 나은 투자여건을 갖추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 값싼 노동력과 토지등이 남한의 자본·기술·경영노하우와 연결된다면 가공할 잠재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그룹은 또 철도운송망과 물류시설구축등 대규모 유통기지의 건설을 통해 중국 러시아등 동북아시아와 유럽지역을 연결하는 전진기지로 북한지역을 활용한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은 외화획득사업이나 사회간접자본시설과 기초소비재산업등 북한이 당장 필요로 하는 사업분야에 우선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경공업제품의 임가공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계열정유사를 통해 유류의 공급과  판매를 전개하는 한편 도로 항만 통신 전력등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에도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북한지역에 석유화학공장을 새로 건설하는 한편 기존의 북한시설을 현대화한다는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다.

 한진은 본격적인 남북경협에 대비, 육·해·공에 걸친 물류교역 기반시설을 구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단계 남북경협전략으로 정부의 남북간 연안해운항로 개설방침이 확정되는대로 연안해송사업과 컨테이너운송사업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2단계로는 북한지역의 컨테이너시설과 장비운영시설이 낙후된 상태를 감안, 한진이 갖고 있는 기술인력을 북한측에 적극 제공하는 한편 북한과의 항만하역시설 합작운영사업도 벌인다. 또 남북한 항공개설을 위한 정부차원의 합의각서가 이루어질 경우에 대비, 조선민항과의 항공협력을 통해 김포―순안을 잇는 직항로와 도쿄와 서울 평양 북경등을 연결하는 국제항로를 신설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삼성은 북한이 문호개방의 1차 협력파트너로 중국을 선택하고 있는 점을 중시, 북한진출문제를 우선 중국과 연계해 펼쳐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두만강개발사업. 훈춘역 역사건설사업, 자루비노항 건설사업과 철도건설에 필요한 중장비·철도차량 공급등에 폭넓게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중공업과 물산을 주축으로 나진과 중국 훈춘을 연결하는 철도확장사업,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와 청진항개발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또 그동안 논의돼왔던 스웨터 식료품 전자제품등 3개 합작공장사업을 적극 펴나갈 계획이다.

 대우는 북한과 합작으로 추진해왔던 남포공단조성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92년초 김우중 그룹회장 일행이 북한을 공식 방문, 봉제완구 신발 가방등 9개분야에 걸친 경공업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뒤 정부로부터 협력사업자로 승인을 받았으나 북핵문제 돌출이후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대우는 대북경협이 재개됨과 동시에 기반공사가 거의 끝난 것으로 전해지는 이 공단에 세계물산등 관련업체들을 입주시켜 생산라인을 설치하는등 임가공사업을 적극 펴나갈 계획이다. 또 두만강개발사업에도 다각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철도운용에 필요한 전산장비와 철도차량등을 공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현대는 지난 89년 정주영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한뒤 추진됐던 금강산관광지구개발과 원산수리조선소 신설, 철도차량 합작사업등을 남북경협의 기본축으로 잡고 있다.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배경으로 면방직공장등을 건립하는 한편 두만강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롱은 물물교환방식의 간접교역에서 출발, 점차 직접교역방식으로 전환하는등 초기에는 교역중심으로 신중히 경협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은 시멘트와 정유 자동차등 비교우위에 있는 사업분야를 활용, 북한의 기반시설확충등에 참여한다는 중장기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롯데는 백화점사업이나 금강산개발등 그룹특성상 강점을 가진 유통·관광 분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동양은 시멘트합작공장, 고합과 한일 코오롱등 섬유관련그룹은 섬유·신발공장의 합작투자를 검토·추진중이다.

 국내기업들은 남북경협에 대비, 만반의 준비작업을 벌이면서 하루빨리 남북경협의 물꼬가 터져 「북한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재계관계자들은 남북경협에 있어서의 정·경분리 필요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통일시대를 앞두고 경제통합을 차질없이 이룩하려면 무엇보다 활발한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극심한 침체에 허덕이는 북한경제를 일단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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