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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많은 「금융전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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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많은 「금융전업」(사설)

입력
199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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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전업기업군의 육성문제가 말만 무성하지 도무지 진전이 없는 것 같다. 이것을 지지하는 주장에 따르면 공기업과 같은 우리나라 금융기관 특히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은행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산업과 연계되지 않는 순수 금융자본가를 육성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 금융전업기업군의 지배주주에게는 동일인소유지분 상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기업과 같은 은행을 사기업으로 만들되 정부와 재벌 모두로부터 간섭과 지배를 배제하자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신중론을 주장하는 측은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 즉 금융전업기업군의 육성은 각종 지원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며 현실적으로 적합한 주인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에 비해서 금융재벌이 과연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기여하겠느냐는 것이다.

 찬반양론이 모두 나름대로 그럴듯한 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금융전업기업군의 육성이 최선의 방안이라기 보다 실현가능한 차선책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가령 책임경영체제가 반드시 지배주주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의 거대은행들은 지배주주보다 전문경영인에 의해서 책임경영체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반드시 금융재벌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필요조건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소유구조보다 경쟁촉진 자체가 경쟁력을 높인다.

 금융재벌이 또 다른 경제력 집중을 인위적으로 육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원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아마 주인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경영효율 및 금융혁신에 좀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의 경쟁촉진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과당경쟁은 오히려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하기 때문이다. 금융재벌로 산업재벌을 견제하도록 하는 것은 편중대출·경제력 집중 완화의 효과가 없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에서 최근에 부처간이견이 빈번하게 노출되는가 하면 그 때문에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질 뿐아니라 일관성이 없는 것 같다. 금융전업기업군 문제만 해도 정책당국내에서 찬반이 엇갈려서 진전을 보지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과 재계가 개입하고 있는 것도 사안을 복잡하게 한다. 특히 재무부가 금융전업군에 대해서는 지배주주의 육성을 주저하는데 비해 정부가 공기업을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 같다. 일관성이 결여된 논리는 어떠한 주장도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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