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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태도에 실망… 고심중”/한 외무 유엔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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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태도에 실망… 고심중”/한 외무 유엔외교

입력
199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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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황 중대국면” 이해… 「선택딜레마」에/상임국들 제재관련 한국입장 존중확인 『제재조치는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중국은 북한핵문제와 관련해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이 이 문제를 푸는데 장애가 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방문 수행중 급히 유엔을 방문한 한승주외무장관은 6일 살림 모하메드 쿠사이비(오만대사)안보리의장을 방문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핵문제와 관련한 한장관의 유엔방문은 이번이 4번째인데 그의 표정은 어두웠고 기자의 질문에 전과는 달리 매우 조심하는 눈치였다.

 뉴욕타임스로부터 한국과 미국의 대북 유화정책의 「설계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장관은 북한이 대화의 실마리를 끊어버린 상황에서 이제 북한제재의 필요성을 안보리이사국들에 주장하는 입장이 됐다.

 한장관은 이날 상오 데이비드 하네이영국대사, 매들린 올브라이트미국대사, 유리 브론초프러시아대사, 리자오싱중국대사를 만났으며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부차관보와는 오찬회동을 가졌다. 

 한장관이나 그를 수행하고 있는 외교관들은 이날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과의 협의내용을 거의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장관은 『국민들이 안보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는 기자들의 간청에 못이겨 10여분 동안 간단히 답변했다.

 「제재결의안이 언제쯤 안보리에 회부될 것인지」에 대해 한장관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장관은 『한·미·일간의 공동인식에 대해 안보리이사국들이 전반적으로 동조적』이라며 『중요한 것은 제재문제와 관련해 관련당사국인 한국의 입장을 일차적으로 존중한다는 인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안보리 이사국들과의 면담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리자오싱중국대사와의 접촉이었다. 한장관은 중국대사와의 대화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실망과 불만을 갖고있고 따라서 고통스러운 입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장관은 『중국은 한국이 북한제재로 갈 수밖에 없는 국면에 와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중국이 제재를 저지할 명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장관의 중국에 대한 다소 낙관적인 견해는 그간의 대중외교를 바탕으로 한 우리측의 희망이 많이 들어있는 것 같다.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안보리에서 북한제재로 가는 길에 가장 큰 장애물이 중국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장관의 언급으로 미뤄볼때 중국은 일종의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한장관이 「유엔외교」를 벌였던 지난 6일 상임이사국들 사이에도 활발한 물밑움직임이 있었다. 한장관을 개별적으로 면담한 매들린 올브라이트미국대사와 리자오싱중국대사가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어 5대 상임이사국 회의가 열렸다. 상임이사국회의는 일차적으로 중국을 제외한 4대국이 의견을 조율한뒤 중국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북한제재를 논의하는 이날 회의에 중국을 처음부터 참여시켰던 점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한장관은 중국을 참여시켜 안보리의 북한제재를 실현시키는 어려운 외교활동을 벌이면서 한편으로 제재의 실효성과 이로 인해 초래될 수도 있는 군사적 위기에 대한 대응책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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