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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과 문화제국주의(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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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과 문화제국주의(1000자 춘추)

입력
199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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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사회의 식생활 관습은 특정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온 지혜의 극치이다. 거기에는 좋고, 나쁘고가 있을 수 없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식생활관습을 존중해주는 태도는 국제화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기본적인 상식이다. 내가 소속하고 있는 학과를 거쳐간 미국인들 중 두사람이 보신탕을 즐기는 분들이었다. 한분은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와 있었던 미국의 저명한 교수로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한 바 있는 북미주의 한 인디언 사회를 현지조사하는 과정에서 개고기 먹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재혼한 그의 부인이 자기가 개고기 먹는다는 사실을 알면 기절초풍할 것임은 물론 당장 이혼하자고 할것이라고 했다.

 또 한분은 우리 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한 바 있는 한 금발의 미국인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필리핀에서 석사과정을 수학하던 중 개고기 먹는 법을 배웠노라고 했다.  88 서울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한국의 보신탕이 서구의 「문명인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부끄럽다기보다는 아예 분노가 치민다. 나라마다 식문화가 다양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만한 서구의 지식인들이 남의 나라의 식생활 관습을 비난할뿐만 아니라 「한국상품 불매운동」까지 포함하는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이려는 것은 너무나도 오만하고도 치졸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식생활에 대해 공격을 가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과거 세계 곳곳에식민지를 경영했던 경험이 있는 나라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나라의 문화만이 정당하고 최선의 것이라는 우월감에 사로잡혀있다. 이는 마치 식민지 민족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식의 「문화 제국주의적인 발상」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가지 효과적인 캠페인 방식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사람들의 버릇을 고치기위해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는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보신탕을 고집하는 한 고속철도 TGV와 같이 그들이 한국에 팔고싶어하는 규모가 큰 상품을 팔지말라고 그들의 정치지도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 어떨지?<이문웅·서울대교수·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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