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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라/이세중칼럼(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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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라/이세중칼럼(화요세평)

입력
199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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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연이어 일어난 어느 소방관과 경찰관의 순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새겨 볼 기회를 준 것같다.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거센 불길을 잡으려고 솔선하여 소방호스를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다가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더미에 머리를 다쳐 30대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고 허귀범소방관의 얘기는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밤잠을 자지 않은 채 자기의 맡은 직무수행에 열중하다가 끝내 과로가 겹쳐 불귀의 객이 되고 만 고 김남식경장에 관한 기사도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두 순직자는 경우는 다소 다르다 하더라도 말단 공무원으로서 어려운 생활환경 속에서도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맡은 직무에 충실한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요즘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개인의 이익과 평안만을 추구하는 극도의 자기본위의 그릇된 사회풍조 속에서 좀처럼 보기드문 사례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이 사명감이 투철한 공직자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계속 건전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멸사봉공하는 공복정신이야말로 공직자들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바로잡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본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국민에게 봉사하려는 자세보다는 오히려 군림하는 자세를 본분으로 잘못 알았던 공직자의 이미지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많이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새로운 병폐로 등장한 「복지불동」의 현상은 또 다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마땅히 처리해야 하는 자기의 직무마저 이런 저런 구실로 일 처리를 회피하거나 미루고 있으니 행정의 생산성은 크게 저하되고 이로 인하여 국민들만 골탕을 먹게 된다.

 무한경쟁을 전제로 해야 하는 국제화 개방화시대에는 행정기능의 창의성과 효율성이 한층 제고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국내외정세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국민의식·입법·행정기능들을 총체적으로 종합하여 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행정의 생산성과 창의성의 높고 낮음이 국가경쟁력을 비교하는 잣대로도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국제화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나라에서 정치와 행정을 보다 유능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간보다 훨씬 우수한 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조직보다 정부나 지방기관의 공무원이 전문성과 창의성 및 사명감에서 우수할 뿐만 아니라 도덕성에서도 뛰어나야 한다. 이런 각도에서 종래의 방만한 정부조직보다는 고도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소수정예의 우수집단으로 바꾸어야 하는 과제를 염두에 둘 때이다. 종래 자리채우기식의 비능률적 조직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문적 지식에 바탕하여 새로운 정책구상과 신속한 정보수집 및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생산성이 높은 기업가형 공무원으로 탈바꿈하여야 한다.

 지난번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임하였던 우리 공직자들이 전문성이 부족한 탓에 방대한 양의 전문용어로 구성된 협상문건을 신속·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여 우리의 대응전략에 상당한 혼선이 빚어진 실례는 많은 교훈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성과 능력이 부족하고 사명감마저 떨어진 사람이 정부기관의 중요부서를 차지하고 있을 때 행정의 대외경쟁력은 처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될 때 정부의 신뢰에 손상이 가는 것은 물론이요 국가의 이익에도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이제 우수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공직에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공무원의 처우를 파격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공무원의 보수수준은 직종과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민간기업의 70% 내지 80%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기업에 비하여 보수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생활보장 측면에서 민간기업보다 불리한 여건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문민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작년에는 고통을 분담하는데 솔선한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급여상승을 동결하는 바람에 민간과의 보수간격은 더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공무원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쉽지 않다. 

 공무원의 처우개선이 국가의 재정측면에서 여러가지 제약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필요조건의 하나로 과감한 처우개선이 실천되어야 한다. 해마다 연례적인 행사처럼 시행하여 온 한자리수의 보수인상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의 공무원수를 합리적 수준으로 감축하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 비능률적 요인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민간기업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인력을 공무원으로 대량 확보하여 훌륭한 정책의 입안과 효율적인 행정을 집행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성공한 싱가포르에서 공무원의 보수가 민간기업보다 2배나 높은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민간보다 낙후되어가는 우리의 공무원조직을 우수한 인력으로 채워 넣어 그들로 하여금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할 때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훨씬 강력해질 것으로 본다.<대한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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