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맞아도 흡수 안되고/다림질 안해도 그대로/정전기발생 원천봉쇄/빛 강도따라 색깔변해 섬유소재에 혁신을 가져온 「신합섬」이 속속 실용화돼 의류를 비롯한 섬유산업에 대대적인 소재대체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신소재를 포함한 신합섬으로 만들어지는 신기능 의류들은 하나같이 「쾌적 섬유」를 지향하며 쾌적성과 편리성은 물론 패션기능까지 골고루 갖추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소나기 속을 걸어도 툭툭 털면 언제 비를 맞았느냐 할 정도로 물의 흡수를 차단하는 섬유에서부터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정전기를 없앤 섬유, 삼림에서나 맡을 수 있는 싱그러운 향기를 뿜어내는 섬유, 물빨래를 한 뒤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형상기억 섬유, 균의 감염을 막아주는 섬유, 빛의 강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섬유등이 새로운 옷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코오롱이 개발한 초발수 섬유소재 「X2O」는 「쾌적 신소재섬유」의 대표주자중 하나다. 이 섬유소재는 연잎의 표면구조를 그대로 응용, 원단표면에 미세한 요철을 형성시켜 섬유내부에 물방울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 일반 레인코트와는 달리 땀등 인체의 습기는 외부로 확실히 배출해내는 뛰어난 투습성도 지니고 있어 습기 많은 여름철에 전천후옷감으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편 제일모직도 가공단계에서 직물표면에다 테프론수지를 입혀 발수·방오기능을 강화한 신소재 「쿨울」을 개발했다. 이 신섬유는 물이 묻었을 때 방울상태로 물을 튕겨낼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기름 먼지등이 묻어 지저분해지는 것도 상당부분 막아준다.
나일론 폴리에스테르등 화학섬유가 탄생한 이래 정전기는 화섬의류의 골칫거리였다. 정전기는 특히 건조한 겨울철이면 불쑥불쑥 나타나는 불청객인데도 이를 막을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주)코오롱은 최근 섬유원사 안에 전기를 제거하는 특수물질을 넣어 세탁을 하더라도 정전기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정전기방지 신섬유를 개발했다. 순간적으로 수천볼트에 이르는 정전기를 신섬유 내의 초미립 탄소입자가 순식간에 흡수, 공기중으로 방출해냄으로써 입고 있는 사람은 정전기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 이 정전기방지 신섬유는 반도체 연구실등 전기에 극히 민감한 특수환경 작업복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여성의 속옷감으로도 쓰이기 시작하고 있다.
냄새로부터의 탈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기능섬유도 있다. 대한방직이 올 4월에 개발한 「사이프러스 그린」은 노송나무에서 추출한 천연향(히노키티올 성분)을 극소형 캡슐로 만든 뒤 섬유 내부에 집어넣어 만든 것이다. 이 천연향은 숲 속에서 삼림욕을 하는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섬유에 붙어 사는 호흡기 감염균이나 악취를 내는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균 방취효과까지 있다는게 대한방직측의 설명이다.
최근에 가장 히트하고 있는 신기능섬유는 단연 형상기억 섬유다. 제일합섬과 (주)대우에서 개발한 형상기억섬유는 물빨래 뒤 다림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특히 드레스셔츠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형상기억 섬유제품은 미혼남녀 독신자 및 단신 부임자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수요가 확대돼 시장점유율이 조만간 연간 3천7백억원대에 이르는 드레스셔츠시장의 25%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을 만큼 신기능 섬유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밖에 실내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밖으로 나가 햇빛을 쪼이면 색깔이 바뀌거나 그림 문자등이 드러나는 소위 「카멜레온 섬유」(광변색 섬유)는 신세대 캐주얼이나 스포츠의류에서 각광받고 있는 신섬유다. 멀지 않아 외부의 온도에 따라 냉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섬유도 개발될 것으로 보여 섬유는 이제 우리들이 원하는 기능을 모두 갖추는 시대가 올 것같다.【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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