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정파괴=경제개발 큰타격 인식/서방 일방 밀어붙일땐 「비토」 행사할수도 지난 2일 중국 외교부 주례 목요브리핑에서는 북한핵문제와 관련한 질문과 논평이 주류를 이루었다. 14개의 질문 가운데 8개가 북한핵과 관련한 것이었으며 이틀앞으로 다가온 천안문사태 5주년과 관련한 질문은 단 1개 뿐일 정도로 이날 브리핑에서는 북핵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질문의 초점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변화여부였으나 심국방외교부대변인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원칙론을 깔고 표현만 달리한 동일한 답변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 핵문제가 어려움에 봉착돼있고 복잡한 상황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경제제재 참여와 안보리에서 대북경제제재결의안이 상정될 경우의 거부권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모순을 격화시키는 행동에 반대한다』고 완곡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연료봉 교체중단요구를 북한이 거부함으로써 야기된 현재의 북한 핵위기를 계기로 중국이 기존 입장에서 선회, 한·미·일이 추진중인 경제제재등 「압력해법」에 동의하리라고 선뜻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나온 중국의 공식·비공식 입장을 살펴보면 중국이 기권할 것을 기대하며 섣불리 제재결의안을 밀어붙일 경우에는 오히려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으로 몰고가는 북한측의 속셈에 대해 한스 블릭스IAEA사무총장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사실을 발각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든가,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 핵개발 능력에 대해 「불확실성」을 유지시키려는 것등 둘중의 한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핵개발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중국은 아직도 후자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 관점에서 한·미·일등에 대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중국측의 이러한 처방을 한·미·일이 적지 않게 수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은 현위기상황에서 한·미·일의 처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중국측이 진정 우려하는 것은 핵개발 자체라기보다는 북한 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안정이 파괴되는 상황이다. 경제개발을 추진중인 중국에서는 일대 재앙이 될 한반도의 안정파괴는 그동안 중국이 견지해온 입장처럼 국제사회가 북한에 탈출구를 마련해주지 않고 코너로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중국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핵의 위기국면이 반복될 때마다 중국은 남북한 유엔가입당시에 취한 태도를 보여왔다. 막바지 순간까지도 중국은 북한의 입장에 대한 지지철회를 밝히지 않았다. 또 중국이 어느쪽의 입장을 선택해야하는 표결상황도 벌어지지 않았다.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중국이 북한에 동시가입을 수용하도록 고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과거의 사례를 상기해 볼 때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경제제재결의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천명하며 표결상황까지 가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강도높은 설득 노력을 가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지난 2일 캄보디아의 시아누크국왕이 평양에서 캄보디아의 제정파간의 원탁회담을 주재한뒤 중국을 공식방문한 사실과 김영남북한외교부장이 폐막된 비동맹회의를 마치고 귀로에 중국 북경공항에 잠시 기착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일성북한주석과 중국의 지도자들과 친교가 깊은 시아누크국왕이 북한의 의도를 전하는 메신저 구실을 하고 이에대한 중국측의 답변을 김영남이 전달받는 상황을 추리해볼 수 있다. 김영남의 귀국이후 북한측의 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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