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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들의 “소신”/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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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들의 “소신”/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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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저의 소신입니다』 『추호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지난 2일과 3일 상무대국정조사를 위해 은행점포를 방문한 법사위소속 의원들에게 은행 지점장들이 한 답변들이다.

 6개은행 10개점포 지점장들의 답변내용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한결 같았다.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에 따라 예금주의 동의나 영장없이는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대부분 법조인이기도 한 국회법사위 의원들은 국회관련법이 우선한다는 해석을 들이댔지만 막무가내 였다. 

 어느 쪽의 법해석이 맞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야당은 일단 자료제출을 거부한 지점장들을 고발하고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까지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결론이 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 개운치 않은 것은 국정조사에 임하는 은행들의 자세 였다. 지점장들은 판에 박은듯한 똑같은 답변을 하면서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상부의 지시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과 상의한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은행의 고문변호사들과도 의논한 사실이 없다고 까지 주장했다.

 한 지점장은 국회가 조사하려는 예금계좌가 자신의 점포에 있는지 없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화가난 의원들이『동의서를 받아왔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느냐』고 묻자 묵묵부답이었다. 

 한 야당의원이 답답하다 못해『지점장이 실무자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상부로부터 거부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실무자로서 어쩔 수 없다는 뜻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지점장은 이것마저 부인했다.

 지점장들의 난처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 하지만 20년이상 은행에 몸담아온 이들이 국회속기록에 거짓말을 남겨야 했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일이 아닐수 없다. 그리고 이들과 소모적인 법리논쟁을 벌이다 발길을 돌리는 의원들의 모습은 왜소한 우리국회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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