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 과감히 탈피 도약총력”/대학구성원 모두참여 열기가득/동문들도 적극적… 발전기금 모금등 성원쇄도/교육 국제교류 강화… 내년 「대학종합평가제」 최선□대담=문창재사회부장
21세기를 앞두고 그동안 「타율의 현실」에만 안주해온 우리나라 대학들이 오랜 타성을 깨뜨리고 「자율의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국제화·개방화시대에 밀어닥칠 교육시장 개방파고등을 슬기롭게 이겨내려는 자구적 노력이다. 앞다투어 학교발전 마스터 플랜을 내놓고 대학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개혁의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개교 76주년인 명문사학 중앙대 김민하총장을 만나 야심차게 펼쳐가는 대학개혁운동과 중장기발전계획등을 알아보았다.【편집자주】
―최근 개교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끝내고 「선진대학건설 공동협의회」를 구성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협의회는 대학구성원 전체의 컨센서스(합의)에 기초해 가용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에너지를 결집해야 대학이 발전한다는 인식아래 출범된 기구입니다. 협의회는 대학당국 교수 학생 직원대표들이 모두 참여해 대학의 안정과 발전에 필요한 개혁논의는 물론, 획기적인 제도개선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개혁프로그램을 다루게 됩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총장의 위상이 눈에 뛰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시대변화에 따른 총장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보십니까.
『교육시장개방과 대학진학인구 감소등 사회적 여건변화와 국가간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신국제질서시대를 맞아 총장의 역할이 새롭게 주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제 총장은 학내외의 총체적인 관리자로서 뿐만 아니라 치열한 생존경쟁무대에서 체제수호와 사회발전을 선도해야 하는 경영자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도 대학이 지녀야 할 불변의 가치들을 소중히 가꾸는 대학이 좋은 대학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총장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어렵습니다』
―중앙대가 「장·단기발전계획」을 수립한 학내외적인 배경과 발전계획의 기본방향은 무엇입니까.
『91년 수도권대학 학생정원 조정과정에서 발표된 이공계열 등급판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서 비롯된 학내외의 따가운 질책이 장기적인 비전을 낳는데 기폭제가 됐습니다. 이후 대학사회를 둘러싼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타성에 젖어 있는 대학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위기요소로 다가와 발전계획수립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이 계획은 학술보고서나 기업의 프로젝트는 물론, 여타 대학의 일반적인 발전계획과는 사뭇 다릅니다. 대학발전의 일반적인 방향과 목표 만큼은 분명하게 설정돼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엔 수월성의 제고, 자율성 신장 및 경쟁력 강화, 다양성 추구와 특성화 추진, 개방화 및 국제화 추진, 정보화 사회의 적응력 강화, 전인교육적 학생지도, 행정과 재정의 효율화등 7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동창회를 비롯한 동문들은 「장·단기발전계획」 추진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으며, 반응은 어떤가요.
『한 마디로 동문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습니다. 특히 신임 총동창회장의 모교발전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대단해 10만 동문을 대상으로 발전기금 모금운동 확산구상을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지역동문회 및 직장단위의 동문집단으로부터 발전기금에 대한 문의와 기부약속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은 총동창회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각계 동문회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발전기금 모금운동과 우수학생 유치사업을 연계해 활발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김희수 재단이사장의 건학이념과 교육철학은 무엇입니까.
『대학이 위기상황에 처했던 87년 중앙대를 인수한 재일동포 김이사장의 교육철학은 민족적인 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봅니다. 김이사장은 소년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민족적 차별대우와 냉대를 무릅쓰고 고학으로 대학을 나와 굴지의 기업가로 자수성가했습니다. 김이사장의 한은 배우지 못하고 가난했던 민족의 한에 빼앗긴 민족자존의 한이 더해진 것입니다. 민족지도자였던 승당 임영신박사에 의해 일제치하에 설립된 전통의 민족사학 중앙대학의 인수와 육영사업의 승계는 그런 의미에서 김이사장에겐 필연이자 필생의 사업이 되었던 것입니다. 김이사장은 자율과 창의에 기초한 학문의 실사구시를 육영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인간교육 국제교육 기술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김이사장의 철학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다만 김이사장은 최근 일본경제의 영향으로 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어 약속한대로 대학에 대한 만족스런 투자가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으로선 처음이라는 「대학소비조합운동」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최근 직원노동조합은 교내 운동장에서 「발전기금 및 장학금 마련을 위한 바자」를 열어 2백여만원의 수익금을 모아 발전기금으로 기탁한 바 있습니다. 이 운동은 학생을 포함한 대학사회의 규모팽창과 구매력 향상에 착안된 것으로 학교생활 편의는 물론 학교재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내외 대학간 교수 및 학생교류를 보다 활성화할 계획은 없는지요.
『국제화 추세에 발맞추어 「국제교육 및 협력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영어만으로 진행하는 교과목개설등 어학교육강화, 학점교환 프로그램확대, 국제학기학교 개설, 교환장학생 선발지침 보완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학마다 비대한 행정조직의 군살빼기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중앙대는 어떻습니까.
『중·장기발전계획의 첫 사업으로 지난 4월 개교이래 최대 규모로 단행한 우리 대학의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인사의 단행은 조직의 살빼기라기보다는 조직의 기능성과 행정의 전문성 추구에 초점이 있습니다. 변화대처능력 향상을 위해 기획기능을 강화하고 본부중심의 행정을 단과대와 학과등 현장으로 옮겼습니다. 부서의 기능과 역할도 통합·재분류하여 사람 중심에서 업무 중심으로 바꾼 것이 조직개편의 골자입니다. 또 교육과 연구에 전념토록 교수의 보직을 축소하고 연공서열의 인사원칙을 능력 위주로 변경했습니다』
―「민족발전연구원」의 설립동기와 앞으로의 활동방향은 무엇입니까.
『설립취지는 본질적으로 대학의 연구기능을 한 차원 높이는데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가장 한국적인 연구소로서의 기반을 닦아 세계적인 연구소로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소는 앞으로 우리 민족의 분단문제와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예술등 인문사회과학분야는 물론, 자연과학분야까지 망라해서 민족의 실태와 발전에 필요한 부분을 연구하고 완전한 조국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가운데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95년으로 예정된 대학종합평가는 대학발전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학종합평가인정제에서 우수한 판정을 얻기 위해 중앙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현재 우리대학이 보유한 자원과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대학평가의 역사가 길고 평가도구가 잘 발달한 선진국과는 달리 2년간의 부분적인 학과평가에 이어 종합평가로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준비기간이 짧고 평가방식과 그 결과를 수용하는 사회적 여건조성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경쟁논리에 당당히 맞서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정리=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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