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총거래대금 9,200억의 36%/삼성생명 등 매입이 선취매심리 촉발 개별종목의 하루주식 거래대금이 3천억원대. 주식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믿지 않을 액수다. 그러나 2일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한국이동통신 주식은 2일 하루동안 3천3백39억원어치 거래됐다. 38년 국내 주식시장 역사상 단일종목으로는 최대 거래규모다. 또 주식시장에 상장된 9백여개 종목의 이날 하루 총거래대금 9천2백여억원의 36%에 달하는 액수다. 종전의 최대 거래규모는 한국전력이 92년11월에 기록한 1천5백여억원이었다.
이 바람에 주식시장에는 이날 「난리」가 났었다. 주문이 너무 몰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증권거래소는 하오장(하오2시37분)에 「단일가매매」를 실시했다. 단일가매매란 똑같은 가격에 거래를 체결시키는 것이다. 물론 단일가는 상한가(주당 6천원이 오른 29만5천원)였다. 단일가는 「가격경쟁원리」란 주식시장의 기본원리까지 무시한 일종의 특단적 조치다. 보통 「상한가행진」을 하는 신규상장기업의 종목을 제외하곤 극히 드문 일이다. 이날 상한가에도 이동통신 주식을 사지 못한 주문이 1백30여만주나 됐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한국통신이 공기업 민영화를 위해 주식시장에 내놓은 이통 주식 1백16만주가 장내매각 이틀만에 전량 매각됐다. 당초 증권계는 한국통신이 장내매각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통 주가가 워낙 비싼 데다 경영권마저 이미 선경그룹으로 넘어간 상태여서 뚜렷한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개장초까지만 해도 이통은 하한가였다. 『오늘도 어제처럼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한국통신 보유물량은 거의 팔리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장내 매각 첫날인 1일에 이동통신 주식은 2만2천주밖에 팔리지 않았다. 주가는 하한가(6천원이 떨어진 28만9천원)였다. 그러나 상오10시께부터 분위기가 돌변했다. 상한가로 급반전한데 이어 「사자」주문이 폭증했다. 증권시장 관계자들은 한남투신과 삼성생명이 개장초에 이동통신 주식을 매입한 것이 물량을 확보해야 겠다는 「선취매심리」를 자극, 기관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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