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출신학교(장명수칼럼:168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출신학교(장명수칼럼:1682)

입력
1994.06.03 00:00
0 0

 최근 은행임원직에서 물러난 어떤 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같이 일하는 행원들의 능력을 잘 파악할 때까지 인사기록카드를 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는데, 출신학교등을 미리 알게 되면 편견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원칙을 지키면서 그는 명문대 출신들이 고졸이나 타대학 출신들에 비해서 유능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상당부분 수정했다고 말했다. 명문대 출신들이 우수한 점도 있으나, 직장에서 요구하는 종합적 능력이 모두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자기가 마음 속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주었던 행원의 인사기록카드를 나중에 보면 그가 고졸인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 인사기록을 먼저 보았다면 고졸사원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의 고백은 우리 모두의 고백이기도 하다. 우리가 직장상사라면 서울대 출신과 고졸사원이 비슷한 능력을 보일 때 그들을 똑같이 평가하고, 똑같이 중용할 수 있을까. 출신교를 부하평가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고 부인할 수 있는 직장상사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출신교에 대한 편견은 신입사원채용 때 더 심각하다. 지방대나 비명문대학 출신들은 기업들의 신입사원 공채에서 원서를 얻기 어려워 응시기회조차 갖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기업들이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명문대 동창들의 조직과 영향력이 기업활동에 절대적인 도움이 된다는 계산까지 깔려 있기 때문에 좀처럼 시정이 안되고 있다.

 1년전부터 「신경영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그룹은 「능력주의·현장주의를 바탕으로 한 21세기형 인재육성안」을 발표했는데, 그중 상징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신입사원 면접시험대장에 응시자의 출신교를 밝히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그것은 신입사원채용 때 출신교나 대학성적등의 비중을 낮추겠다는 선언이다. 삼성은 「도덕성과 인간미를 갖추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 도전하는 창조적이고 소신있는 인재」를 발굴해 키우겠다고 설명하고, 이런 신인사제도가 뿌리를 내려가면 대학교육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말로 우수한 인재를 시험을 통해 가려내고, 그들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은 신입사원 채용방법의 개선 뿐 아니라 인사고과의 공개, 능력위주의 승진등을 추진하고 인간성 평가에서는 헌혈등 봉사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성공여부는 미지수지만, 시도 자체는 의미가 크다.

 인재가 부족한 좁은 나라에서 출신지역이나 출신학교등을 따지면서 세계와 경쟁할 인재를 찾을 수는 없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편견에서 빨리 벗어나야 빨리 세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