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꿈꾸는 동남아6국 현주소/「경협의 길」닦기 “어디라도 간다”/“우리와 파트너” 선진기술·자본유치에 전력 아세안(ASEAN)의 경제개발정책 기조는 외국인투자유치정책으로 요약된다. 말단 공무원에서부터 기업가 및 대통령 총리등 정상급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선진 외국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 국민이 뛰고 있다. 특히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는 격식과 의전을 가리지 않고 선진기술과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비즈니스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다. 외국인투자 유치실적은 한국이 88∼92년중 55억달러에 불과한데 비해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각각 2백47억달러 3백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에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 및 경영노하우를 결합시켜 경제도약을 꾀하자는게 아세안의 기본전략이다. 그들의 외국기업유치 노력을 중심으로 기술인력확보 및 자본유치정책의 내용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아세안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은 이른바「비즈니스 외교」의 첨병들이다. 이들은 자국 상품을 팔고,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냉전체제가 와해되자 이들은 정치지도자에서 재빨리「톱 세일즈맨」으로 변신, 본격화되고 있는 경제전쟁의 최일선에서 앞장서서 싸우고 있다. 필리핀의 라모스대통령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잦은 외국방문에 대해『경제진흥을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제가 발전해야 정치도 발전한다는 믿음까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아세안 지도자중 비즈니스외교를 가장 활발히 실천하는 사람은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다. 마하티르총리는 올들어서만도 벌써 필리핀 인도등 4개국을 공식방문했으며 지난 해에는 무려 12차례나 외국을 공식방문했다. 그는 이처럼 바쁜 와중에서도 지난 3월 5일부터 7일까지는 우리나라를 비공식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마하티르총리는 말레이시아에 9천만달러를 투자, 1·25톤 트럭을 합작 생산할 예정인 현대자동차 공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울산 현대공장을 둘러보고 현대 그룹관계자들과 만나 경제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한 뒤 귀국했다. 마하티르총리가 외국을 방문할 때는 언제나 관리보다 기업인이 더 많이 수행하는 것도 경제외교에 대한 그의 관심을 말해주고 있다.
○항시 기업인 대동
마하티르총리는 지난 해 11월 현대자동차가 말레이시아에 상용차 트랜스미션생산 공장을 건설키로 한 협정식이 거행되던 날에는 현대자동차의 뉴그랜저를 직접 몰고 행사장에 등장하는 쇼맨십을 보여줬다.
고촉동(오작동) 싱가포르총리도 마하티르총리만큼 외국을 자주 방문한다. 그는 올들어 이미 중국 베트남 미얀마 독일등 4개국을 방문했다.
고총리는 지난달 독일 방문에서『싱가포르는 아시아 시장의 진입로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파트너가 되십시오』라며 독일 기업인들에게 싱가포르에 대한 투자를 직접 호소했다.
지난 3월초 고총리는 경제사절단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 보반 키엣 베트남총리는 물론 현지 경제 관계자들과 만나 섬유 전자분야 투자문제를 협의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이 추진하고 있는「도이모이(개방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등 새로운 유망투자지역으로 부상한 베트남 시장 선점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2월말 중국방문에서는 이붕총리와 만난 뒤 중국 동부 강소성의 소주공업단지 공동개발 협정 조인식에 참석하는 등 중국 대륙투자에 앞장서기도 했다. 기업인 24명을 대동했던 지난해 11월의 우리나라 방문에서는 경제 5단체장등 기업인들과의 만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비즈니스외교의 참모습을 보여줬다.
○자국이미지 선전
라모스 필리핀대통령은 지난 3월말 베트남을 방문, 베트남의 동남아국가연합(ASEAN) 가입문제를 포함한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등을 논의했다. 취임이후 9번째 외국방문이었다. 라모스대통령은 92년 6월 취임이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등 아세안 국가들과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 주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우선적으로 방문했다. 라모스대통령은 기자에게『새로운 필리핀의 이미지를 알리고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추안 리크파이 태국총리는 지난 3월 중순 베트남을 방문, 어업권 분쟁을 해결하고 합작투자등 경협방안을 논의했다. 또 보 반 키엣 베트남총리는 국경문제와 경협문제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월초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레 둑안 베트남대통령은 지난 4월말 인도네시아를 방문, 수하르토 대통령과 만나 해양경계선문제와 함께 양국간의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일부에서는 정상들이 별소득도 없이 외국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남아 정상들은 이웃나라를 발로 뛰어다니며 경제협력의 큰 길을 닦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들은 마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처럼 비즈니스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마닐라=김광덕기자】
◇아시아기동취재반
▲이백만(경제부기자)
▲정광철(정치부기자)
▲강진순(사회부기자)
▲최규성(사진부기자)
▲남재국(체육부기자)
▲황상진(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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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국제부기자)
▲김광덕(기획취재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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