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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병 신체병(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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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병 신체병(1000자 춘추)

입력
199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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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허리가 옆으로 휜 채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교와 집을 오가며 새벽5시부터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해왔는데 몇개월 전부터 허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이젠 다리까지 땅기고 걸어다니면 허리가 잔뜩 옆으로 휘어져 걱정이 태산 같다고 호소했다. 환자 본인도 책상에 앉기만 하면 허리의 통증이 심해져 책내용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성적이 뚝뚝 떨어진다고 시무룩해 했다.

 하루하루가 아이 인생에 중요한 시기에 하필 몹쓸병에 걸렸다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갈수록 우리 사회는 복잡해지고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한 사회분위기 탓인지 자녀가 세칭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험생을 둔 많은 부모들도 덩달아 입시병을 앓는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고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청소년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경쟁으로 내몰리고 일찌감치 일생의 자리매김을 강요당한다.

 진료실을 찾은 그 학생은 그같은 세태의 희생자랄 수 있다. 학생을 진료대에 반듯이 눕혀 하지를 들어 올리니 다리쪽으로 심한 방산통이 발생하여 첫눈에 허리디스크병임을 알 수 있었다. 정밀검사후 간단한 경피적 시술로 하루만에 다리의 통증이 사라졌다. 수술후 2주만에 다시 학교에 나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부모로부터 간단한 연락이 왔다.

 진료실에 앉아 그 학생의 합격을 빌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마음이 흐뭇해졌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쫓고 쫓기는 현대 문명사회에서 메말라만 가는 정이 새삼 그리워진다.<박경우·필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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