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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권은 없다(장명수칼럼: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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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권은 없다(장명수칼럼:1681)

입력
199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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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일하는 신문사 편집국에서 담배가 사라진것은 기자들이 컴퓨터로 글을 쓰게 되면서부터이다. 담배연기가 컴퓨터의 성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편집국내 흡연이 금지되고, 따로 흡연실이 마련되었다. 자욱한 담배연기속에 기자들이 펜으로 기사를 쓰던 편집국에서 그동안 내가 들이켠 담배연기는 웬만한 흡연자보다 많을 것이다. 주변에 골초가 있을때는  목이 쓰라리고, 숨쉬기가 괴로워 고생하곤 했다. 글쓰는 사람들중에는『담배를 피워야 정신집중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신문사에서 혐연권은 항상 흡연권에 눌렸다. 몇년전 시험적으로 금연을 실시했던 한 신문사는 기자들의 작업속도가 너무 떨어져서 금연을 중단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 기자들은 금연하면서 기사쓰는 속도를 올려야 한다. 담배피우는 기자들은 흡연실을 들락거리고 있는데, 담배연기 없는 사무실에 어느덧 익숙해진 그들은 흡연실의 담배연기를 참기 힘든 모양이다. 흡연자들도 흡연실이 싫어서 복도등에서 담배피우는 것을 보면 우습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가 5월31일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는 무시무시하다. 그 보고서는 매년 세계에서 담배로 인해 사망하는 인구가 3백만명에 이르며,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들보다 3배나 사망률이 높고, 흡연자의 50%는 흡연때문에 사망하고, 그중 절반은 중년이전에 죽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세계에서 아시아지역의 담배소비량이 가장 많고, 특히 한국·일본·중국의 소비량이 수위를 차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보고서들은 흡연자들 옆에서 담배연기를 마시게되는 비흡연자들의 피해가 흡연자 못지않다고 밝히고 있다. 담배연기속에는 무려 40여종의 독소가 들어있으며, 비흡연자들도 장기간 담배연기를 마시면 폐암 후두암 구강암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세계에서 담배소비량이 가장 높은 나라중의 하나로 지목된 우리나라는 마땅히 적극적인 금연운동을 펼쳐야 한다. 국민학교에서부터 흡연의 피해를 알리는 교육을 실시하고, 대중매체를 통한 담배광고와 흡연장면의 노출을 제한하고, 금연장소를 늘려가는등 다른 나라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금연 캠페인 방법을 받아들여야 한다.

 담배연기가 사라진 사무실에서 담배연기 자욱하던 어제의 사무실을 떠올리면 과장없이 천국과 지옥의 차이를 느낀다. 아직도 담배피우는 사무실이 있다니 무슨 야만적인 회사인가라고 혀를 차게 된다. 흡연자의 25%가 중년이전에 죽게된다는 무서운 경고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겠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흡연이 남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이 명백한 이상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권리가 아니고 범죄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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