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자원개발·과기협력등 수교당시 기대 못미쳐/외교현안 해결위한 「지렛대카드」 가능성/차관상환 처리등 의외 합의 이뤄질지도 경협차관의 상환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러 양국간의 경제교류 협력이 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방문을 계기로 새 돌파구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번 방문에는 북한 핵문제를 비롯, 시베리아 벌목공 처리등 정치외교상 현안 타개에 더 비중이 주어질 것이긴 하지만 한·러 양국정상은 정치외교적 현안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지렛대」로 경협확대 카드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차관상환 처리를 포함한 경제협력분야에서 의외의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은행차관 10억달러등 총 14억7천만달러의 차관상환과 3억8천8백만달러의 연체금 처리문제는 현재 양국 경협의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직접적인 장애물이다.
최근 러시아 또는 구소련권과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은 90년 수교때의 열기와 기대에 비해 크게 위축된게 사실이다. 당시엔 95년께 한소교역규모가 1백억달러를 웃돌것이라는 낙관론도 거침없이 제기됐었으나 지난해말 실제 교역은 이같은 추정의 5분의1에도 못미치는 15억7천만달러수준에 그쳤다. 직접투자 건수는 89년이후 올 4월말 현재까지 46건 4천1백1만9천달러가 허가돼 이중 2천4백만달러정도가 집행됐다. 다행히 올들어 승인된 대러시아투자가 7건 1천1백50만달러규모에 달하는등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원개발은 논의만 무성할뿐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 3차례나 조사단을 파견, 사업타당성을 확인했으나 도로등 여건이 나빠 실적은 아직 없다. 현재 야쿠트가스전과 사할린석유가스전 개발사업정도가 추진되고 있으며 프라보우르미 금속광산등 나머지 사업은 타당성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다.
과학기술협력은 79개 첨단기술의 기업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한·러 과학기술협력센터와 현지 연구기지의 설치를 통해 기술교류 활성화를 모색중이다. 이런 실적은 30억달러에 이르는 경협차관 제공과 주요그룹 총수들의 투자·개발프로젝트 양산발표등 수교당시의 열기와 비교할 때 의외일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한·러 경제관계가 이처럼 기대에 못 미치게 된 원인은 주로 러시아측 국내사정에 비롯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첨단과학기술등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와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를 확대할 여지는 여전히 많다는게 경제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김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보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경협자세를 능동적인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민간기업 차원에서 미미하나마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양국 교역증가 추세를 정부차원에서 뒷받침하는 한편 과학기술·자원개발·어업협력등 진행중인 각종 사업들이 안정된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각종여건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번 방문기간중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은 통상장관회담을 통해 ▲7억5천만달러에 이르는 수출대금 미수금의 조기회수방안 ▲보스토치니항의 한국전용부두 개발 ▲나홋카 한국공단 건설 ▲한·러 무역센터 건립등 구체적 현안에 관해 러시아정부측의 지원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 양국간 무역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쌍방 정부관계자들로 구성된 무역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산업협력협정의 체결과 산업협력공동위원회 설치등을 추진하기로 했다.【유석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