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미나 때 주제발표보다는 논평과 질의시간이 흥미롭다. 강온시각의 비판으로부터 과거형의 상투적인 의견개진, 그리고 우문현답등 스릴을 느낀다. 발표자끼리 심야토론의 장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말못할 사실까지도 털어놓아서 유익하다. 사회주의국가에서 온 교포학자의 독백이다. 『북한은 망해야 될 나라입니다. 그러나 군사가 아닌 경제를 통해서 그 길에 이르러야지요. 한국의 경제바람이 북한에서 불기 시작한다면 얼마 안가서 붕괴됩니다. 대북경제지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을 몇차례 다녀온 근엄한 교수이지만 심야토론 때 술을 한잔 하면서 들려준 내용이다.
해외여행 때도 스스럼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6년 전의 일이다. 마침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대기업간부가 한 말이다. 『우리회사는 중역회의에서 북한에 투자를 하기로 이미 결정을 보았지요. 동족보다 더 나은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모든 투자를 해 나갈 것입니다. 만약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우리가 건설한 공장을 두고 나오더라도 외국인이 아닌 북한사람들이 그 공장을 돌리고 도움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먼 훗날 통일에 작은 보탬이 되겠지요』 선구자적인 민족기업론을 듣고 놀랐다.
남북교역종사업체 대표와 학자등 40여명이 지난 5월24일 전경련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는 주최측인 여·야의원에게 기술자 방북허용·북한정보의 공유·남북육로개설등 한목소리를 냈다. 이미 평통자문회의에서도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개방을 유도하자』는 건의를 한 적이 있다. 또한 지난해 6개단체 여론조사에서도 『대북경제협력은 핵문제와 별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제시했다.
정부는 1992년10월 간첩단사건과 1993년 3월 북한의 NPT탈퇴선언(지금은 유보상태)후 경제인방북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세워놓았다. 경제협력이 당근보다 채찍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경분리가 아닌 정경일치의 대북정책이라고 할 수있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의 접목이 이상적인 민족경제권을 형성할 수가 있다. 이제 남북경제공동체를 통해서 21세기 아시아·태평양시대에 한국이 주역을 맡게될 것을 기대하는 소리가 높다. 사업에는 항시 때가 있는 법이다. 남북투자협력이 북한핵문제로 인해 1년이상 표류를 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부터는 풀리리라고 예상도 한다.
북한은 오늘도 「대화에는 대화, 전쟁에는 전쟁」이라는 호전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경제교류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카드로 맞대응을 할 때이다. 힘있는 자가 양보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어려울 때 도와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통일의 그날을 위해 이해와 협력 희생이라는 큰마음을 통치권차원에서 보여야 할 때이다. 6월초 북미3차고위급회담이 제네바에서 열리고 수교와 경제협력의 빠른 행보가 예상된다.
한국은 과감하게 북한에 대해서 외채일부상환, 식량지원, 나진·선봉과 두만강지역 개발참여등 「경제결단」을 준비할 때이다. 북한투자의 기회까지도 외국에 기선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북의 핵의혹이 풀리려는 이때 경제협력을 통해서 북한개방화와 민족통일이라는 두마리의 새를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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