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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장길 700㎞ 북 감시삼엄/본보기자 잠입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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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장길 700㎞ 북 감시삼엄/본보기자 잠입 취재기

입력
1994.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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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불능” 현지인 보고불구 23일∼25일 강행성공/검문피해 도보-열차이용 우회/호신총 지닌채 사냥꾼트럭 편승 시베리아 북한 벌목현장 잠입취재는 생사를 건 모험이었고 무모한 도박이었다. 그러나 한국일보 취재팀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북한이 시베리아 벌목노동자 5명의 서울귀순과 관련, 『강제적인 유인 납치』라고 주장하면서 『값비싼 후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 직후였다. 「값비싼 후가」란 그들이 주장한대로 「강제적 유인 납치」에 대한 보복의 의미임을 짐작했으므로 모험의 강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다.

 취재팀은 지난 23일상오 벌목작업 현장의 코앞인 체쿤다 마을 잠입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25일 체쿤다를 철수할때까지 취재진은 만 2일간 도처에서 아찔한 위기에 맞닥뜨려야 했다. 『이젠 저들에게 잡히는구나』하는 체념이 떠오른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바로프스크를 출발, 북한 벌목현장으로 가는 길목마다에는 북한 사회안전부요원들의 감시망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었다. 우리가 취재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북한임업대표부 제1연합본부와 4,5사업소가 있는 체그도민과 엘가.그러나 체그도민과 엘가로 통하는 교통로는 오직 철도편 하나뿐이었다.

 취재팀은 서울을 떠나기전 이미 체그도민에 현지인을 보내 그곳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현지인의 상황보고는 「어떤 방법으로든 벌목현장 접근은 불가능」이었다. 벌목현장은 고사하고도 벌목현장으로 통하는 마을에서의 체류마저도 신변의 위협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국내외의 여러 언론인들은 우리 일행의 벌목장 취재계획에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들도 벌목현장 취재를 위해 접근하려 했으나 북한 요원의 방해와 신변위협으로 중도에서 포기해야 했다는것이다. 벌목장으로 통하는 역마다 건장한 체격의 사회안전부요원 수십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따라붙어 생명을 위협해 옴쭉달싹도 못하게 했다는 것.

 취재팀은 지난 22일 하오 우회의 방법으로 현장접근을 하기로 하고 체그도민행 기차를 탔다. 벌목장과 통하는 역이 아닌 다른 역을 통해 접근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밤차로 17시간쯤 달려온 우리 일행은 23일 새벽 6시50분께 「36」이라는 간이역에 내렸다. 이 간이역은 엘가에서부터 무려 3개의 역을 지나온 곳.

 일행은 이곳에서부터 철길을 따라 엘가쪽으로 무턱대고 걸었다.철길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길이 없었고 들판은 눈이 녹아 말 그대로 늪으로 변해 있었다. 다행히 가는길에 초소근무중인 러시아병사의 안내를 받아 하루 1회 왕복하는 통근열차를 탈수 있었다.통근열차는 몇개의 역만 왕복해 북한인들의 감시를 받지 않았다.일행은 체쿤다 마을 직전인 아니칸이라는 간이역에서 내렸다. 취재진은 체쿤다로 숨어들었다. 이 마을의 민가는 50∼60여호 정도였다.

 체쿤다에서 벌목현장까지 동행할 차량과 사람을 찾아야 했으나 쉽지가 않았다. 러시아인 대부분이 위험하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그때 취재진은 젊은 사냥꾼 미하일을 만났다.그는 엘가에서 일을 보기 위해 군부대에서 최근 불하받은 대형군용트럭을 몰고 마을을 나서던 참이었다. 급해진 취재진은 일단 앞을 가로막고 그에게 사정을 했다.힘들게 그의 승낙을 얻어냈다. 그가 우리의 취재에 동행키로 한데에는 그나름의 이유가 있는 듯했다. 북한 벌목노동자에 대해 평소 연민의 정을 갖고 있는듯 했다.

 미하일은 갈길이 멀고 험한데다 혹시 길이 끊어질지 모른다며 빵, 오이등 비상식량을 준비했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 곰사냥에 쓰는 사냥총을 운전석 뒤에 감추었다. 미하일과 우리 일행은 잠입 취재도중 8발이 장전된 사냥총을 여러차례 들었다 놓은 경험을 갖고 있다. 위기의 순간마다 우리의 손은 자연스럽게 사냥총으로 향했다.【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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