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의 독자적인 공연을 주장했던 18세기의 개혁가 노베르는 무용극을 위한 음악이 절실함을 지적했다. 춤음악과 고급음악이 따로 있었던 당시 상황으로는 혁신적인 문제제기였다. 19세기 초 안무가 마신은 심포니발레라는 장르로 이 구분을 완화시킨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발레로 꾸며진 것이다. 곧이어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바르토크의 음악이 시각화된다.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보다 충격적인 발상들이 생겨난다. 「춤은 음악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반발로 음악의 강력한 영향력에 지배받지 않으려는 움직임과 안무자의 제시에 따른 작곡이 행해졌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춤과 음악이 창무예술원 포스트 극장(5월14∼28일)에서 만났다. 이 공연에 참가한 4팀은 각기 개성을 살려 다양한 무대를 꾸몄다.
안신희·이만방은 「흐름·엑소시스트·윤무」를 통해 서로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흐름」에서는 이만방이 춤을 춘다. 음악가가 표출하는 내면의 소리는 몽환적이다. 춤의 기교가 인위적이라면 그의 무기교는 자연스러운 몰입이었다.
최경란·송무경의 「벽장파편」은 피아노와 한국춤이 결합해 「만남」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사람의 공동작업은 감정이나 상황의 변화에서 일치한다. 춤이 요구하는 리듬과 멜로디를 제때에 파악한 송무경의 재치가 돋보였다.
전홍조·김보현은 두명의 무용가와 두명의 연주자를 등장시켰다. 「멀리서 노래하듯」에서 전홍조는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 심리묘사에 뛰어났다. 이탈리아출신의 로돌포 파텔라와 무대를 만든 그는 남녀의 갈등을 폭발할듯이 표현하면서도 자신은 무미건조한 일상처럼 행동한다. 타악기와 현악기는 춤을 위해 몰입한다.
최데레사·정현수의「메타모르포시스」는 사랑의 변신에 관한 내용이다. 두사람은 그리스신들의 사랑이 현대 인간에게 전해지면서 바뀌었을 가능성과 당위성에 착안했다. 작품은 성악가의 케이지식 독창 으로 시작된다. 노래라기 보다는 중얼거림이나 소리지르기에 가깝다. 춤 또한 난폭하다. 표현매체를 최대한 변신시킴으로써 막연하지만 분명한 시대적 감정차이를 표출하고 있었다.
음악과 춤의 새로운 만남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시도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무용평론가>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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